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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암 환자, 광범위항생제 ‘잦은 처방’… 삶의 질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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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원 기자

승인 : 2025. 10. 29. 10:03

서울대병원·이대목동병원·한림대 연구팀, 51만명 분석
‘임종 전 3개월~2주’약물 사용 집중…맞춤형 계획 필요
[사진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 및 한림대 심진아 교수
(왼쪽부터)유신혜 서울대병원 교수, 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교수, 심진아 한림대 교수./서울대병원
최근 암환자의 임종 전 잦은 '광범위항생제' 사용이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광범위항생제는 주로 내성균 치료에 사용돼 향균 기능이 강력한 만큼 정상 세균도 공격할 수 있다. 특히 임종 전 3개월부터 이 약물이 집중적으로 사용돼 환자의 가치와 돌봄 목표에 따라 약물 사용을 최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신혜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김정한 이대목동병원 교수, 심진아 한림대학교 교수(유지원 연구원) 공동연구팀은 지난 19년 동안 수집된 51만5000여명의 자료를 바탕으로, 임종 전 6개월간 진행암 환자의 광범위항생제 사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 학술지 'JAMA Network Open' 최근호에 게재됐다.

진행암 환자는 말기로 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고 감염 위험이 높아져 광범위항생제를 자주 처방받지만 이는 악순환이 유발할 수 있다. 잦은 광범위항생제 사용은 부작용, 이차감염, 내성균 발생위험을 높여 고강도의 항생제 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진행암 환자의 임종 전 6개월을 5개 구간(임종 직전 1주, 1~2주, 2주~1개월, 1~3개월, 3~6개월)으로 구분한 뒤, 광범위항생제 4종(페니실린계·세팔로스포린계·카바페넴계·글리코펩타이드계)의 사용률과 사용량을 분석했다. 사용률은 광범위항생제를 1회 이상 사용한 환자 비율, 사용량은 환자 1000명당 전체 입원 기간 중 광범위항생제 사용 일수로 각각 측정했다.

결과는 임종 전 6개월간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55.9%)이 광범위항생제를 사용했다. 특히 사용률은 '임종 전 1~3개월', 사용량은 '임종 전 2주~1개월' 구간에서 각각 가장 높았다.

[자료] 진행암 환자의 임종 전 6개월간 광범위항생제 사용률 및 사용량
진행암 환자의 임종 전 6개월간 광범위항생제 사용률 및 사용량./서울대병원
암종별 분석 결과, 혈액암 환자(비호지킨 림프종,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는 고형암 환자(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담낭·담도암, 유방암)에 비해 임종 전 6개월간 광범위항생제의 사용률과 사용량이 모두 높았다. 특히 백혈병 환자는 이들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광범위항생제 사용이 잦은 편인 폐암 환자보다 임종 직전 사용률이 1.5배, 사용량이 1.21배로 높았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임종 약 3개월 전부터 환자의 신체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입원 빈도가 증가해 광범위항생제 치료가 '임종 전 3개월~2주' 구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적절한 항생제 치료와 환자의 가치, 돌봄 목표에 맞는 '완화의료' 접근을 통해 불필요한 광범위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행암 환자의 생애말기 광범위항생제 사용 실태를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으로, 향후 항생제 사용 지침과 완화의료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한 교수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생애말기 환자라도 이익이 명확하다면 광범위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불필요한 사용은 부작용을 유발하고 다제내성균 발생 위험을 높여 존엄한 죽음을 방해할 수 있기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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