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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복 등 두려워 재판 감정 꺼려… 개인 인맥 동원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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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훈 기자 | 손승현 기자

승인 : 2025. 10. 29. 17:47

감정관리센터 운영 실태
의료기관 업무협약에도 참여 한정적
보호제도 마련·전문성 강화 등 시급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파크빌딩로 이전한 서울법원조정센터와 서울고법 감정관리센터의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제공=서울중앙지법

"적합한 감정인을 찾는 데 개인 인맥을 활용할 수밖에 없죠."

수도권의 한 감정관리센터에서 활동하는 A 감정관리위원은 감정 절차 관리제도의 문제점을 이같이 진단했다. 의과대학 교수 경력을 가진 A 위원은 "대부분 병원에선 본업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거절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A 위원은 또 병원에서 감정을 꺼려하는 이유로 △감정인 보호제도 미비 △의료인의 감정 전문성 부족을 꼽았다. A 위원은 "사건 관계인들이 감정 결과에 불만을 품고 감정을 한 의사를 비난하고 괴롭히기도 한다"며 "이들을 보호하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의 경우 재판 감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며 "원활한 감정을 위해 사법부와 의료계가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감정관리센터가 있는 각 고등법원의 경우 개인 인맥에 의존하는 감정인 선발 문제를 해결하고자 관내 의료기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수원고법 감정관리센터는 올해 9월 관내 3개 병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현재 추가로 5개 병원과 업무협약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구고법 역시 올해 5월 관내 2개 병원을 거점병원으로, 다른 2개 병원을 협력병원으로 각각 지정해 의료감정의 원활한 진행에 협력하고 있다. 서울고법과 광주고법도 관내 병원들과 의료 감정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A 위원은 "업무협약을 맺었어도 병원 내에서 감정을 수락하는 의사는 굉장히 한정적"이라며 "법원행정처가 안정적인 감정인 풀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과대학 교수를 역임한 또 다른 B 감정관리위원 역시 "감정에 참여한 병원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병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건설 감정은 '감정인 선정 전산 프로그램'에 등록된 이들 중 사건에 맞는 3인의 감정인 후보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거치나 전산상 등록된 이들의 전문성 강화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감정관리위원들은 사법부가 감정관리센터를 만들어 놓고, 이후 사후 관리 등에 손을 놓고 있다고 모은다. 아울러 감정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부가 의료·건설계와 협의해 재판 감정에 대한 이해 등 법원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감정사항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사 분야 변호사들 역시 감정 전문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데에 동의했다. 민희진 가로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감정인 전문성이나 수준이 문제라 생각한다"며 "사설 감정하는 사례도 많이 봤는데, 의뢰인들이 요청하면 결과도 의뢰인에게 유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의료 감정의 경우엔, 같은 의료 직역에 있다 보니 소극적이고 애매한 결론이 나와 감정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양선응 인선 법률사무소 변호사 역시 "의료 감정을 맡기는 대부분은 수술 전후로 생기는 의료 사고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수술 경험이 있는 분들이 위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관심 있는 분들이 참여하도록 자원자 모집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도 도움 될 것 같다"고 했다.

공정성 문제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양 변호사는 "재판을 진행하다 보면 일부 의뢰인들이 '판사가 편파적이다'라고 느끼는 걸 봤다"면서 "감정마저도 법원에 소속된 기관에서 하다 보면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없을지 의문이다.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역설했다.
정민훈 기자
손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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