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 출신 첫 위원장…“소통·조정 중심으로 숙의 이어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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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김 신임 위원장의 취임식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30여 년간 법관으로 재직하며 노동법 분야의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로, 법률가 출신으로는 경사노위 출범 이후 첫 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공직을 시작해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대법관,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지냈다. 대법관 재임 시절에는 진보 성향 판결을 주도한 '독수리 5형제'의 한 명으로 불렸다. 퇴임 후에는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삼성전자 백혈병 보상위원회,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조사위원회 등 굵직한 사회적 갈등 현안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아왔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법률가 출신 위원장은 위원회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 여러 시각이 교차할 수 있다"며 "저는 법률가 이전에 시민으로서 사회적 갈등 조정의 경험을 살려 소임을 다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마주한 경제·사회·노동 문제는 저출생, 고령화, 기술 전환 등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며 "가장 시급한 일은 노사정 논의 주체 모두가 참여하는 '완전한 회의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사노위는 정부 정책을 단순히 집행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기구가 아니다"라며 "위원회가 논의해 도출한 합의 결과를 정부가 존중하고 정책으로 연결시킬 때 경사노위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위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동체 전체의 상생 해법을 찾는 데 집단지성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절차의 주재자이자 조정자,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주력하겠다"며 "논의 과정에서 특정한 결론을 미리 염두에 두지 않고, 참여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숙의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경사노위 의제를 고용·노동정책에 한정하지 않고 경제·사회 전반으로 확대하겠다"며 "지역·업종·세대·계층을 아우르는 '중층적 사회적 대화' 활성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김 전 대법관을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하다. 대통령실은 "김 위원장이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회적 대화를 이끌어 경사노위가 본래의 역할을 되찾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김지형 신임 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중단된 사회적 대화가 실질적으로 복원되고, 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 플랫폼으로서 본래의 역할을 회복하길 바란다"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출범한 경사노위는 지난 25년간 100여 건이 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시장 개혁과 사회안전망 확충의 기반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절 사회적 대화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위상 약화 논란이 이어졌다.
노사정 모두의 신뢰 회복과 참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경사노위는 여전히 '식물 기구'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민주노총은 1998년 이후 불참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국노총 역시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참여를 중단했다가 올해 4월 복귀했지만 실질적 성과는 없었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를 완전한 회의체로 재건하기 위한 일이라면 삼고초려 그 이상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대화는 어렵지만 그만큼 얻을 가치가 있다. 어려움을 이유로 피한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