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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의 꿈”…서울광장서 펼쳐진 장애인표준사업장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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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숙 기자 | 설소영 기자 | 이주언 인턴 기자

승인 : 2025. 11. 06. 15:13

장애인 근로자 3만여 명의 땀과 노력
팝업북부터 AI 미술까지 첫 전국 규모 행사
제1회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
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박람회는 장애인 고용 확대와 표준사업장 생산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서울·경기·인천·대전·충남·광주 등 전국 56개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참여해 제품과 서비스를 7일까지 선보인다. /정재훈 기자
"처음에는 손이 버벅댈 때도 있어요. 하지만 2주 교육 후면 기술이 눈에 띄게 올라와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작은 성공 속에서 자신감을 되찾는 거죠."

6일 서울광장에서 '제1회 한국 장애인 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가 열렸다. 인공지능(AI)칩부터 보안기기까지 전국 860여 개의 표준사업장에서 일하는 3만여 명 장애인 근로자들의 노력이 집중된 현장이었다. 각 지역 56개 기업이 가져온 상품과 서비스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정성이 담겨 있었다. 7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박람회는 장애인 고용 확대와 표준사업장 생산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공동 주최하고 협회가 주관한다.

특히 경기 시흥에 본사를 둔 팝업북 코리아는 아이들의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책장을 넘기니까 동물이 툭 튀어나왔어요! 신기해요!" 라며 연신 웃음소리가 들렸다. 책장을 넘기면 입체 구조물이 살아나는 '팝업북'은 단순한 책이 아니었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세밀한 공정마다 손수 제작한 교육용 교구였다.

이 곳은 작년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으며 발달장애인 13명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최근에는 환경교육, 장애이해 교육, 지역화 콘텐츠 등 공공·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한 홍보용 교구재 제작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장애인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 속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가 창출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누타
팝업북 코리아 부스/설소영 기자
서울 강동의 아해하제 사회적협동조합은 '아이들의 미래'라는 뜻의 회사명처럼 중증장애인 10명이 만들어낸 생분해 비닐과 간장이 놓여 있었다. 발달장애 부모들이 조직한 협동조합은 최근 마라톤 행사에도 상품을 납품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가장 혁신적인 부스는 대전의 (주)아누타(ANUTA)였다. '아누타'는 '남태평양의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섬 이름'에서 따왔다. 올해 5월 설립된 스타트업은 AI를 활용한 미술 작품과 디지털 액자를 선보였다. 27명의 발달장애인이 AI 프로그램에 '해바라기', '낮' 같은 키워드를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그림을 그려낸다. 벽면을 채운 그림들은 섬세한 색감과 감정이 살아 있었다.

아누타는 플랜아이의 자회사형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자립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법적으로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닌 기업이 직접 고용 대신 별도의 표준사업장을 세워 체계적인 관리와 근무 환경을 마련하는 구조다.

충남 당진의 해나루빠삭뽀삭김부각 부스 앞에도 방문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장애인 16명이 만드는 김부각는 육수로 맛을 내 다른 제품과 차별성을 갖추고 있다. 2017년부터 시작한 사회적 기업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하면서 충남 당진의 농·특산물 통합 브랜드 '해나루'로 거듭났다.

박람회에서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운영하는 '장애인 일자리상담센터'도 마련됐다. 구직을 희망하는 장애인들과 인력을 찾는 기업 담당자들이 모여 직무 적합성, 고용 지원 제도, 표준사업장 설립 절차 등을 놓고 실질적인 상담을 나눴다. 시청광장을 찾은 한 방문객은 "장애인 직원들이 정성들여 만든 제품이라니 구매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이런 행사가 광장에서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며 "앞으로는 장애인의 인식을 버리고 디자인·기획·마케팅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판로지원팀장은 "서울광장에서 이런 행사를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역사적 의미도 있고, 시민들에게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품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매년 권역별로 표준사업장 활성화 지원사업을 운영해왔는데, 올해는 서울시의 후원으로 규모 있게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남기 장애인표준사업회협회장은 "260만 장애인들의 가슴에 희망의 별을 달아주는 마음으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이번 박람회가 장애인 고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포용적 사회 실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도 "여기 보시는 모든 제품은 단순한 물건을 넘어 좋은 일자리와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담아낸 소중한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장애인 고용 확대와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중요한 목표를 향해 우리 서울시도 같이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자부심"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이 장애인 표준사업장 제품을 알고 구매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포토]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 둘러보는 시민들
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한국장애인표준사업장 생산품 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정재훈 기자
박지숙 기자
설소영 기자
이주언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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