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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인프라·인재·투자 ‘3대 축’… “대중체감 응용생태계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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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연 기자

승인 : 2025. 11. 10. 06:00

국가 경쟁력 '소버린 AI' 사활
AI 기술, 산업 넘어 국가안보 재편
韓, G2 'AI 패권경쟁' 속 고군분투
2029년까지 데이터센터 732개 설치
1000㎿급 원전 53기 추가 건설 필요
생성형AI 투자 美 대비 '217분의 1'
인재·투자부문 여전히 취약점 꼽혀
인공지능(AI) 기술이 산업의 경계를 넘어 국가의 안보 지형까지 재편하는 전략자원화 시대가 왔다. 우리 정부가 '주권을 가진'이라는 의미의 '소버린(Sovereign) AI'에 사활을 걸고 달려든 배경이다. 소버린AI는 국가 자체의 인프라·데이터, 인력 및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용해 구축한 AI를 의미한다.

9일 국내 AI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중국의 AI 패권 경쟁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한국의 AI 경쟁력은 '인프라·인재·투자'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

그 중 인프라에 대한 중요한 도약대가 최근 전 세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경주 APEC에서 깔렸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APEC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AI 팩토리는 새로운 형태의 제조공장"이라며 "한국은 이제 지능을 생산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 LG전자 등 주요 기업과 총 26만장 규모의 GPU 공급 협력을 공식화했다.

이번 협력에는 삼성전자·SK그룹·현대차그룹이 각각 약 5만장, 네이버클라우드가 약 6만장을 도입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정부 역시 네이버클라우드·NHN·카카오 등과 함께 H200·B200 등 엔비디아 최신 GPU 1만3000장을 공동 확보 중이다. 황 CEO는 "삼성과 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HBM4, HBM5, HBM7까지 생산할 역량이 있다"며 "미래 메모리 기술의 중심은 한국"이라고 강조했다.

AI의 심장인 GPU 확보 경쟁에서 한국은 그간 한참 뒤처져 있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 국내 주요 1441개 AI 기업이 보유한 엔비디아 H100 GPU는 1961개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같은 해 각각 15만개를 확보했다. 한국 전체의 GPU 보유량이 미국 빅테크 한 곳의 76분의 1 수준이었다.

이번 26만장 규모 협력은 그 격차를 상당 부분 줄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 전 과정을 지능화하는 'AI 팩토리'를, SK그룹은 제조·디지털전환용 AI 클라우드를, 현대자동차그룹은 AI 모빌리티 공장을 각각 구축한다. 엔비디아는 정부와 협력해 '소버린 AI'구축과 AI-RAN·6G 네트워크 인프라 개발도 지원한다.

◇"GPU 26만장 확보에도 전력난·인재 유출·투자 위축 과제"

다만 GPU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운영할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와 전력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최대 3배에 이른다.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는 732개, 소요 전력 용량은 4만9397㎿로 추산된다. 이는 1000㎿급 원전 53기를 새로 짓는 수준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이 확장될수록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데, 공급 인프라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역시 APEC 서밋에서 "AI 데이터센터는 국가 전략 인프라"라며 "세제 혜택 확대와 행정 절차 간소화, 입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인재와 투자 부문은 여전히 취약하다. 지난해 한국의 AI 인재 순유출입수는 인구 1만명당 -0.36명으로 OECD 38개국 중 네 번째로 높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2020년 +0.23명에서 지속적으로 악화된 수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장은 "AI 인재를 붙잡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장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위축도 뚜렷하다. 글로벌 AI 민간 투자액은 지난해 미국 1090억8000만 달러(약 161조원), 중국 92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지만, 한국은 13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대비 감소세로 순위도 9위에서 11위로 하락했다. 한국의 생성형 AI 투자 규모는 미국 217분의 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GPU 확보를 넘어 이를 활용할 응용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경전 한국 AI서비스학회 초대회장(경희대 교수)은 "GPU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문제는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며 "지금의 AI 시장은 1990년대 초 인터넷 초창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당시 웹브라우저만 존재하고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같은 응용 서비스가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AI 기술은 있지만 대중이 체감할 서비스가 부족하다"고 했다.
이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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