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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순망치한을 잊은 천안 A아울렛의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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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배승빈 기자

승인 : 2025. 11. 1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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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승빈 전국부 기자
'순망치한(脣亡齒寒)'.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서로 의지하는 관계에서 한쪽이 망하면 다른 쪽도 온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천안 A아울렛 사태를 취재하며 이 사자성어가 절실히 다가왔다.

대형 유통업체와 입점 소상공인은 본래 공생 관계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유통업체 역시 텅 빈 건물만 남게 된다. 하지만 A아울렛은 스스로 그 균형을 깨고 있다.

임차인 B씨는 2020년부터 5년간 아울렛에서 성실히 영업해왔다. 매달 임대료를 내고 수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하고 직원을 고용하며 터전을 일궜다.

아울렛 입장에서도 그는 5년간 함께한 동반자다. B씨의 매장이 잘 되면 아울렛 전체가 활기를 띠고 손님이 늘면 다른 매장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친다. 입술과 이의 관계와 다름없다.

그러나 A아울렛은 MD 개편이라는 명분으로 B씨에게 매장 이전을 일방 통보했고, 거부하자 '특정 매입 거래 계약'이라는 논리로 퇴점을 압박했다. 하루 아침에 동반자를 적으로 만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다른 임차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성실히 영업해도, 수천만 원 투자해도, 아울렛 뜻대로 안 하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장기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매장 개선을 꺼리게 만들며 결국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도록 만든다.

A아울렛은 정당한 법적 절차인 명도소송을 거치지 않았다. 대신 B씨 매장 앞에 '법적 다툼' 배너를 설치해 소비자의 발길을 끊고 계약 종료 후 발생한 매출 대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선 불법 행위다.

문제는 이 한 건이 아울렛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생각한다. "저런 식으로 장사하는 곳에서 물건을 사도 되나?" 다른 입점 업체는 생각한다. "우리도 언젠가 저렇게 당할 수 있겠구나." 입술이 상처 입으면 이는 시리다.

대형 유통업체는 착각한다. 건물과 브랜드가 있으니 소상공인은 교체 가능한 자산이라고. 하지만 진짜 자산은 사람이고, 브랜드가 아니라 신뢰다.

입술을 하나씩 잃어가면 결국 이는 오래가지 못한다. 순망치한의 교훈은 단순하다.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아울렛도 결국 텅 빈 건물만 남는다. 다시금 되새겨야 할 기본이다.
배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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