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마을에서 답을 찾다] ‘자립의 길’을 걷고 있는 마을기업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12010006150

글자크기

닫기

세종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1. 12. 15:36

지역 자원 활용해 신시장 개척
행안부도 컨설팅 등 지원 강화
③ 인사말(3)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이 11월 3일 경북 안동시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2025년 마을기업 워크숍'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지역 돌봄 공백을 메우고, 청년이 농촌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며, 흩어진 마을들이 손을 잡아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전국 곳곳의 마을기업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립의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소득사업을 넘어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생활경제 주체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을기업은 주민이 주도해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지역기반 사회적경제 조직이다. 행정이나 기업의 손이 닿지 않는 생활 영역에서 지역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이익을 다시 지역으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도심 재생, 농촌 혁신, 지역 연대 등 다양한 현장에서 마을기업의 자립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장의 움직임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8월 '마을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마을기업 육성 사업의 초점을 '재정 지원'에서 '자립형 경영 생태계 구축'으로 전환했다. 이제 마을기업은 단순한 보조금 수혜자가 아닌, 지역 경제의 주체로서 시장 자생력을 갖추고 지역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것이 핵심 목표가 됐다.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누리꽃담은 도심 속 버려진 조경 폐기물을 새로운 자원으로 바꾸는 자원순환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에 이주여성 등 취약계층의 고용과 육아 지원을 결합해 지역 돌봄 기능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일자리 창출을 넘어, 자원순환이라는 환경 문제와 돌봄 공백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마을기업 스스로 융합적으로 해결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행안부는 기존의 농산물 가공이나 체험 사업을 넘어 돌봄, 에너지 전환, 국가유산 관리 등 새로운 사회적 수요 분야로 마을기업의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한누리꽃담은 환경과 돌봄이라는 융합 영역에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며 '신규 영역 확장'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경북 의성군의 애니콩은 '지방소멸 위험지역 1위'라는 오명을 쓴 농촌에서, 전국 단위의 시장 경쟁력을 갖춘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받는다. 애니콩은 지역의 친환경 농산물을 활용해 친환경 반려동물 먹거리를 생산·유통한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 젊은 세대의 시장 트렌드를 사업에 반영하고, 고품질의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단기적인 정부 지원 없이도 스스로 생존 가능한 경제 모델을 구축했다.

행안부는 마을기업이 시장에서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 '자립형 생태계 구축'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애니콩은 지역 농가와의 안정적인 계약 수매를 통해 농산물 유통을 활성화하고 청년 인력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며, 마을기업이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강원 홍천군의 장독대마켓은 개별 마을기업들이 힘을 합쳐 유통 및 마케팅의 한계를 돌파한 연합사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전통주와 장류를 생산하는 다수의 마을기업들은 우수한 상품을 보유하고도 영세한 규모 때문에 복잡한 유통 경로를 뚫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장독대마켓은 이들 기업이 상품 공동 개발, 공동 물류, 공동 마케팅을 실현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이를 통해 물류 비용을 절감하고, 개별 기업은 접근하기 어려웠던 홈쇼핑, 대형 온라인 플랫폼 등 대규모 판로를 확보해 자생력을 높였다. 새로운 마을기업법은 기업 간의 연대와 협력을 통한 '생태계' 구축을 강조하며, 간접 지원을 강화한다. 장독대마켓은 이러한 정책적 지원이 현장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발현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실증적 모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마을기업은 지역에 기반을 둔 자립적인 공동체가 스스로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지역공동체를 탄탄하게 복원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이번 법 시행을 계기로 안정적인 보조금 지원 뿐만 아니라 금융,컨설팅,판로지원 등 자립을 뒷받침하는 간접 지원도 대폭 강화해, 마을기업이 뿌리경제와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