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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로직스 운영3팀 김소운 사원의 말처럼, 이 회사에는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국제 물류 서비스업을 하는 태웅로직스는 2020년 노사발전재단의 일터혁신 컨설팅을 계기로 '실노동시간 단축'을 본격 추진한 결과, 초과근무는 줄었지만 오히려 성과는 높아졌다. 1인당 연간 초과근무 횟수는 49% 줄었고, 같은 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배, 5배 이상 늘었다.
고용노동부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추진단'은 12일 서울 서초구 태웅로직스 사업장을 방문해 현장의 사례를 청취하고 청년·육아기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추진단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및 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 현장을 직접 찾는 일정의 일환으로 이날 4차 회의를 개최했다.
"늦게까지 일하는 사람보다, 집중해서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조직"
태웅로직스는 '늦게까지 있는 사람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제로백(Zero-Back)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이 캠페인은 야근 '제로', 연차 100% 사용을 목표로 하며, 강제적 통제 대신 자율적 캠페인과 인식 개선을 통해 '오래 일하는 문화'에서 '집중하는 문화'로 전환을 이끌었다.
김승규 태웅로직스 HR팀장은 "업무 방식, 시스템, 인력 운영을 함께 바꾸며 생산성과 노동시간을 동시에 개선했다"며 "성과 중심의 문화가 정착되면서 초과근무가 줄고 매출·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0년 일터혁신 컨설팅 이후 2021~2024년 평균 기준으로 보면, 연간 초과근무시간은 이전(2017~2020년)보다 17% 줄었고, 연차사용률은 77%에서 8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2622억원에서 8487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08억원에서 585억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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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로직스는 전 직원이 근무시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퇴근제를 시행 중이다. 오전 8시(A형), 9시(B형), 10시(C형)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전체 직원의 절반가량이 B형(9시 출근)을, 육아기 직원들은 주로 C형(10시 출근)을 이용하고 있다.
휴가문화 정착을 위한 '리더 솔선수범'도 특징이다. 팀장급 이상 간부는 반드시 10일 이상 장기 휴가를 사용해야 하며, 연차 100%를 사용한 부서에는 회식비가 지원된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배유리 IT전략팀 과장은 "윗분들이 먼저 장기휴가를 가니까 눈치 보지 않고 연차나 반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로 일 줄이고, 여성친화적 근무환경 확산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RPA(로봇프로세스 자동화)는 노동강도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매입·매출 등록, 화물 추적 등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야근이 줄고 업무 속도는 빨라졌다. 김소운 사원은 "처음엔 낯설었지만, 자동화 덕분에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근무시간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여성 근로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태웅로직스는 출산과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을 방지하기 위해 복귀 전 대체인력을 채용하고, 한 달 전부터 인수인계를 진행한다. 복직 후에는 기존 부서로 복귀해 경력을 이어갈 수 있으며, 2년 이상 근속 시 둘째 출산 1000만원, 셋째 출산 2000만원의 장려금도 지급된다.
이 같은 일터혁신 사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의 현장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추진단은 앞으로도 기업과 전문가,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간담회와 토론회를 이어가며 실효성 있는 로드맵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이현옥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은 "태웅로직스는 일터혁신을 통해 노동자의 시간주권 확립과 기업경쟁력 향상을 동시에 이룬 대표 사례"라며 "정부도 생산성 향상과 유연근무 확산을 통해 실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