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및 생필품 기업들 속속 탈출
중후장대 산업 더할 경우 상황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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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은 지난 세기 말에 진출한 이후 26년여 동안이나 14억 명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의 지존 스타벅스가 중국 사업에서 한발 물러서는 행보를 보인 것에서 우선 잘 알 수 있다. 최근 홍콩계 사모펀드인 보위(博裕)캐피탈에 중국 사업 지분 60%를 매각하면서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이 중국 지분 83%를 중국계 자산운용사인 CPE 위안펑(源峰)에 매각한 행보 역시 거론해야 한다. 버거킹 차이나의 모회사인 RBI가 앞으로도 여전히 지분 17%를 보유하기는 하겠으나 중국 사업에 미련을 버렸다고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웨덴의 세계적 가구 명가 이케아, 프랑스의 스포츠 브랜드 데카트론, 세계 피자업계의 거목 피자헛의 차이나 엑소더스도 예사롭지 않다. 어떻게든 버티려고 노력은 했으나 최근 두 손을 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식음료나 생필품 분야 이외에 ICT(정보통신기술)나 중후장대 산업 분야의 외자들까지 최근에는 차이나 엑소더스 행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IBM이나 MS, 애플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글로벌 ICT 기업들의 행보를 우선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거나 직원 재배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역시 애플의 케이스를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인도와 베트남으로 생산기지와 R&D(연구개발)센터를 속속 이전하고 있다.
중후장대한 산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차이나 엑소더스가 눈에 두드러진다. 특히 일본 업체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겠다는 자세까지 보이면서 경쟁적으로 중국 탈출에 나서고 있다. 극적인 상황 변화가 도래하지 않는다면 남을 기업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때 중국에서 꿀을 빨던 독일의 자동차 메이커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 철수나 사업 축소는 시간문제라는 듯 차이나 엑소더스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의 자동차 딜러 천펑쥔(陳奉軍) 씨가 "이제 글로벌 메이커들의 중국 내 경쟁력은 한계에 이른 것 같다. 전략을 바꿔야 할 것 같다"면서 중국 내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분석하는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외자가 이처럼 차이나 엑소더스에 나서는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서의 중국의 매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과거와는 달리 특혜보다는 각종 규제 등으로 외자를 의도적으로 옥죄는 현실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관세 및 무역전쟁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글로벌 기업들을 압박하는 상황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중국 내 생산 원가의 폭증, 전국 각지에 소재한 토종 경쟁 기업들의 기술력 발전도 이유로 부족함이 없다. 외자의 차이나 엑소더스는 이제 중국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