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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천국’ 호주 의료시스템 운영난…앨버니지 총리, 공립병원 지원 감축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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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5. 11. 18. 17:48

올해 공립병원 예산 약 110조원
지난 5년간 의료 예산 25% 증가
주 보건장관들, 지원 촉구하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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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시드니 에 있는 시드니 로열 노스 쇼어 병원./EPA 연합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자국의 대표적인 복지 제도로 전 국민에게 거의 무료로 제공돼 온 공립 병원 서비스의 비용을 줄이라고 지시했다.

호주 ABC뉴스는 17일(현지시간) 앨버니지 총리의 이런 요구는 호주 의료 시스템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라며, 사립 병원 이용이 늘어나 의료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앨버니지 총리는 지난 9월 주 및 테리토리 지도자들에게 서한을 발송해 "공립 병원 활동 성장률을 대폭 줄이지 않으면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 약속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연방 정부가 이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이유는 주 정부가 운영하는 공립 병원 예산의 40% 이상을 연방 정부가 부담하는 대신, 비용 지출에 대해 연방 정부가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돼 있는 데 있다.

이 제도에 따라 연방 정부는 연간 성장률 6.5% 한도 내에서 환자 수와 치료 유형에 따라 공립 병원 운영 예산을 지원해 왔다.

이번 사안은 앨버니지 정부의 재정 딜레마를 보여준다. 2025회계연도 예산에서 의료 지출은 약 1200억 호주 달러(약 110조원)를 초과할 전망이지만, 인플레이션과 AUKUS(호주-영국-미국 안보 협정) 방위비 증가로 재정 압박이 가중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의료 시스템 개혁으로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주 정부들은 연방이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호주 수도 테리토리(ACT) 보건부의 레이철 스티븐 스미스 장관은 "연방 정부의 요구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주 정부가 병원 비용의 부담을 점점 더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주 보건장관들 역시 연방 정부의 요구를 믿을 수 없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피터 말리나우스카스 남호주 총리는 "거주형 요양 시설의 수용 능력 부족으로 현재 280명이 불필요하게 병원에 머물고 있다"며 노인 요양을 책임진 연방 정부의 추가 자금 투입을 촉구했다.

'복지 천국'으로 불리는 호주는 보편적 의료보험 메디케어를 통해 모든 국민에게 무료 또는 저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고령화(65세 이상 인구 22% 돌파)와 코로나19 후유증으로 인한 환자 급증으로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호주 통계청(ABS)에 따르면, 공립 병원 지출은 2020~2024년에 25% 이상 증가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공립 병원 서비스의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확산돼 왔다.

응급실 대기 시간이 평균 4시간을 넘어서고 전역의 수술 대기 목록은 80만건을 웃돈다. 게다가 인력 부족으로 간호사 1만명 이상의 공백이 발생했다.

공립 병원의 과부하로 인해 저소득층은 입원하려면 장기간 대기해야 하지만, 고소득층은 사립 병원에서 불편함 없이 치료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메디케어 덕에 의료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역설적으로 의료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보편적 복지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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