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원불교 대화·협력의 종교… 어디서든 이웃 같은 존재죠”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119010009591

글자크기

닫기

황의중 기자

승인 : 2025. 11. 18. 18:01

[인터뷰 ] 이인성 원불교 교정원 교화훈련부장
10년 만에 종교 포함 인구주택총조사
교세 평가의 분수령… 20만명이 목표
'조용한 신앙' 넘어 존재감 회복 노려
한 세기 넘게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
은혜·보은처럼 누구나 수행할수 있게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가르침 추구
원불교 교정원 교화훈련부장 감산 이인성 교무. 이 교무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한 2025 인구주택총조사에 대응해 현장을 돌며 교도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적극적으로 밝힐 것을 독려했다. /제공=원불교
내국인 대상 종교 인구를 집계하는 2025 인구주택총조사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이른바 국내 4대 종교 가운데 이번 조사에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곳은 원불교다. 이웃 종교에 비해 역사가 짧고 상대적으로 교세가 작기에 향후 10년간 기준이 될 이번 집계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자 했다. 원불교는 지난 7월 14일 인구주택총조사 대응팀을 꾸려 교단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교도 가정에 '원불교 교도 가정'임을 표시하는 문패를 달거나 안내 책자를 나누고 교당마다 전담 연락망을 구축해 표본으로 선정된 교도들이 빠짐없이 응답하도록 독려했다.
원불교 중앙총부 교정원 교화훈련부장 감산 이인성 교무는 이 기간 직접 현장을 누볐다. 1994년 원불교 교무(敎務)가 된 이 교무는 30년 이상 교화, 교육, 자선 방면에서 두루 활동했다. 그는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원불교는 세계보편종교를 지향한다"며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강한 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2025년 인구주택총조사는 원불교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들었다.

"올해 인구주택총조사에 10년 만에 종교 항목이 포함된다. 개신교·불교·천주교에 이은 국내 4대 종교로서 원불교의 교세를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기회다. 내부적으로는 '신도 수 20만명 집계'를 목표로 삼아, 원불교와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 이번 조사에 반드시 '원불교 교도'로 응답하도록 독려했다. 현재 원불교 법명을 받고 등록된 누적 교도만 40만명이 넘는다. 전국에 15개 교구와 600여 개 교당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최소 10만명 이상은 집계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인구주택총조사 대응팀 실무자로 전국 현장을 다니셨는데.

"전국 14개 교구를 돌며 교무들과 교도들을 만나 이번 총조사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장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고무적인 것은 많은 교도들이 '이번만큼은 내가 원불교인임을 당당히 밝히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점이다. 조용한 신앙생활을 하던 분들도 이번에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먼저 원불교 신앙을 알리고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마치 10년 만에 찾아온 종교 부흥의 기회 같다'고 한 원로 교무가 말할 정도로 교단 전체가 하나로 뭉쳐서 한번 해보자는 결의가 느껴졌다."


2025 인구주택총조사 시작에 앞서 원불교 전주 평화교당에서 한마음으로 교세를 제대로 드러낼 것을 다짐하는 원불교인들(위 사진). 인구주택총조사에 대비하는 교단 대응팀·실무팀 발대식 기념촬영 모습. /제공=원불교
-'원불교인' 하면 조용하고 온화하지만, 존재감이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일원상(一圓相)을 닮은 수행을 중시하다 보니 많은 원불교 교도가 생활 속에서 묵묵히 신앙을 실천한다. 자기 수양이나 봉사를 남모르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겉으로는 튀지 않고 점잖게 보일 수 있다. 종교 간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사회에 공헌하는 것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교도들은 자기 신앙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때로는 주변 사람들이 원불교 신자인지조차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현대 사회에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국민들이 원불교를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가.

"원불교를 친숙하고 열린 마음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대종사께서 창시한 이후 한 세기 넘게 한국 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한국 종교다. 특정 지역이나 집단만의 종교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진리를 추구하기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통할 수 있는 세계 보편종교를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국내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려고 한다. 이번 인구주택총조사에 적극 참여한 것도 스스로 '나는 원불교인이다'라고 당당히 밝힘으로써 원불교가 우리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강한 공동체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종교는 필요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 같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의 종교 인구 비율이 2004년 45%에서 2021년에는 22%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종교계의 일부 행태 때문에 '사이비 같다'는 부정적 인식이 생긴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종교인으로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먼저 종교인들 스스로 자성(自省)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인일수록 종교 또는 영적 가치가 더 필요하다고 믿는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일찍이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하셨다. 잘 먹고 잘사는 것만으로는 인간의 행복이 완성되지 않는다. 꼭 전통 종교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스스로 삶을 성찰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부터가 영적 생활의 시작이다."



-종교로서 원불교의 강점은.

"원불교는 현대 생활과 동떨어지지 않은 실천적인 가르침을 준다. '정전'과 '대종경' 같은 경전부터 어려운 한문 대신 알기 쉬운 우리말로 됐으며, 일상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수행을 강조한다. '은혜를 알고 은혜에 보답하자'는 보은(報恩) 정신이나, 매일 마음을 챙기는 일상(日常) 수행 등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게 아닌 평범한 사람도 할 수 있는 실천이다. 거창한 기적을 내세우기보다 일상과 마음을 변화시킴으로써 조용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종교가 원불교다. 또 원불교는 새 시대에 맞는 불교를 표방하다 보니 기존 종교들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은 쇄신하려 노력해 왔다. 그 덕분에 권위주의나 남녀 차별이 다른 종교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교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번 조사 이후에도 새로 법명 받은 분들이나 오랜만에 법회에 나온 분들과도 두루 정을 나누며 법연(法緣)을 이어가 달라. 이번 일을 계기로 단합된 원불교의 힘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내 마음과 인연, 가족을 질적으로 잘 챙기자. 이것은 우리가 신앙인으로서 사회에서 모범적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각자 마음공부를 충실히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늘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삶을 살 때, 원불교의 위상은 저절로 높아지고 교화의 새 길이 열릴 것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린다.

"원불교에 대해 잘 모르거나 생소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삶 속에서 원불교를 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익산의 원광대학교와 원광의료원, 각 지역의 원불교 청소년·청년수련원, 복지시설 등 여러 분야에서 원불교 정신은 사회공익으로 구현되고 있다. 원불교는 어떤 특정 교리만 강조하기보다 모든 종교의 좋은 가르침을 함께 존중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모든 종교의 뿌리는 하나라는 가르침을 믿으며 늘 대화하고 협력해 왔다. 그러니 원불교도 여러분의 친구요, 이웃이다."
황의중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