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끝난 건설업, 선별 수주 전략 부상
승부처 읽는 스킵처럼…CEO의 한 수가 기업 좌우
최성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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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올림픽에서 컬링은 가장 조용한 종목으로 통한다. 상대와 직접 맞붙지도 않는다. 너 한번 나 한번 스톤을 던질 뿐이다. 밀어내기보다 지키기, 속도보다 각도, 힘보다 계산이 승패를 가른다. 승리 조건은 단순하다. 하우스 중심에 최대한 가까이 스톤을 붙이는 것.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다. 무작정 세게 던진다고 이길 수는 없다. 때로는 상대 스톤을 제거하고, 때로는 길을 막으며, 여러 수를 내다본 뒤 한 번을 던진다.
컬링 이야기를 꺼낸 건, 지금의 대한민국 건설업이 이 종목처럼 힘보다 전략이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과거 건설업에선 수주 물량 확대가 곧 경쟁력이었다. 더 많이 따내는 것이 성장이었다. 대(大)를 위해 소(小) 희생하는 건 당연했다. 대의멸친(大義滅親)! 선공후사(先公後私)!
하지만 고금리, 공사비 급등, 분양시장 위축, 해외 프로젝트 리스크까지 겹치며 건설에 있어 '속도전'과 '힘'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최근 주요 건설사들이 대형 정비사업지인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에서 선별 수주 전략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사업을 무리하게 동시에 가져가기보다, 브랜드 상징성과 수익성이 확실한 사업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불리한 각도의 샷을 무리하게 시도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닮은 점은 또 있다. 스톤을 던지는 선수, 빙판을 쓸어 속도를 조절하는 스위퍼, 전략을 지시하는 스킵이 완벽히 호흡해야 한다.
건설 현장도 마찬가지다. 설계, 시공, 금융, 분양, 협력업체까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야 수익성을 지킬 수 있다. 브랜드 역시 팀워크의 결과물이다.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가 상징성을 얻기까지는 단순한 외관 디자인이 아니라 품질, 공정 관리, 사후 서비스까지 일관된 전략이 필요하다.
컬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마지막 샷을 던지는 '스킵'이다. 경기 전체의 판을 읽고, 팀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승부처에서 결단을 내린다. 작은 오차가 승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건설사 CEO의 역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주 확대와 재무 안정 사이, 브랜드 가치와 단기 실적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제 건설업계의 화두는 '어디에 스톤을 놓을 것인가'가 핵심이다.
상징성이 큰 한강변 재건축, 핵심 도심 개발지, 또는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에너지·인프라 분야 등, 한 수 한 수의 선택이 기업의 10년을 좌우한다. 스톤은 한 번 던지면 되돌릴 수 없다. 건설사 역시 한 번 수주한 프로젝트를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속도보다 전략, 물량보다 수익성, 단기 성과보다 상징성이 승부를 좌우하는 시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