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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배송 금지’ 논란 와중 배송기사 사망사고…유족 “사측이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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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5. 11. 19. 18:56

쿠팡, 과로 유발 노동시스템…개선안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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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하은 기자
제주 쿠팡 배송기사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유족들이 사측의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하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쿠팡 배송업무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안 가라앉는 듯했던 '새벽배송 금지' 논란 역시 이번 사고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피해 배송기사 측 유족들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쿠팡은 사고의 모든 경위를 투명하게 밝히고 노동자의 안전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솔 진보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도 규탄 발언에 나서며 목소리를 보탰다.

이 사건은 지난 10일 제주에서 쿠팡 새벽배송 업무를 마치고 복귀하던 30대 배송기사가 차량으로 전신주를 들이받아 숨진 사건이다. '새벽배송 금지' 논란이 불거진 시점에 벌어진 사고에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 측 심야배송 중단과 진상규명,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필요성을 주장하며 쟁점으로 부상했다. 이후 경찰이 사고 당시 음주 측정을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고 사망한 배송기사가 음주운전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확산했다.

유족들과 정치권, 노동계는 사건과 관련해 이것이 과로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들은 "이 비극의 뿌리에는 과로를 낳는 쿠팡의 노동시스템이 놓여 있다"며 "쿠팡은 당장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새벽배송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고인의 휴대폰을 분석한 것을 보면 고인은 주 6일의 연속적·고정적 새벽배송 업무를 해 왔고, 하루 11시간 30분을 일했다. 야간 할증기준을 고려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은 83.4시간에 달했다"며 "전국의 많은 쿠팡 새벽배송 택배노동자들도 고인처럼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같은 아이디로 7일 연속 로그인이 불가능해 과로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쿠팡 측 주장에 대해서도 타인의 아이디를 사용해 연속 7일 이상의 장시간 노동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은 이 사건이 '새벽배송 금지'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듯 '새벽배송 금지' 조치와는 거리를 두며 사회적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민 의원은 "지금 새벽배송 자체를 금지하느냐 아니냐와 관련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본질은 그게 아니다. 새벽배송과 관련해서는 당의 입장이 명확히 정해진 것이 아니고 논의가 열려 있다"며 "사회적 대화를 하고 있는 도중이고, 여기서 충분히 각자의 입장들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그 내용을 바탕으로 조율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저희들은 소비자들을 포함해 관련자들의 모든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며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며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어도 상호 양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음주운전 주장이 허위사실이자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고인이 119 구급차량을 통해 병원에 이송된 직후 진행된 초기 치료에 대한 의무기록 중 혈액검사 결과를 확인했고, 음주와 관련한 어떠한 성분도 검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산재신청을 위한 변호인단 모임에서 해당 유언비어에 대한 법적 대응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지난달 22일 여당인 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0~5시 시간대의 새벽배송 제한을 제안했다. 이에 노동계 안에서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과 의견이 엇갈렸고, 쿠팡의 직고용 배송기사 노조인 쿠팡친구노동조합(쿠팡노조)이 "민주노총 탈퇴에 대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이것이 '새벽배송 금지'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소비자들과 소상공인 업계에서 우려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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