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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사 한 눈팔다 ‘아찔한 좌초’… 관제센터는 알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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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기자

승인 : 2025. 11. 20. 17:55

경찰, 무인도 좌초 항해사 등 체포
자리 비운 선장 등 안전불감증 여전
관제센터도 여객선과 교신조차 안해
좌초 선박 현장감식
20일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해경과 국과수가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대한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
휴대폰을 보다가 사고가 났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다. 안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이는 매일같이 목격할 수 있는 자동차 사고처럼 보이지만 아니다. 무려 267명을 태운 2만6000t급의 여객선이 전남 신안군 족도에서 좌초된 대형 사건의 얘기다. 인명 피해가 없긴 했지만 한 눈 팔다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다. 심지어 해양 사고 예방을 위해 감시 역할을 하는 목포 해상교통관제센터(관제센터)까지 이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은 물론 공공까지 또다시 총체적인 '안전 불감증'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포해양경찰서는 20일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 40대 A씨와 조타수인 인도네시아 국적의 B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과 함께 선장 C씨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에게 단순 과실이 아니라 '중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 그만큼 혐의가 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객선을 운항하던 이들은 전날 오후 8시16분께 전남 신안군 족도에서 사고를 내 다수의 승객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족도에 이르기 1600m 전쯤 조타수를 틀어 변침(방향 전환)해야 했지만 코앞에 둔 100m 지점에서 뒤늦게 튼 것으로 조사됐다.

원인은 '태만'한 근무 태도 때문이었다. 당시 조타수를 잡고 있던 건 A씨다. A씨는 여객선의 좌표를 족도로 설정하고 조타수를 손에서 뗀 채 자동 운항했다. 여객선의 속도는 22노트(시속 40~45㎞)였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휴대폰으로 뉴스를 들여다봤는데 급기야 조타수를 잡고 변침해야 할 때까지 놓쳤다. 딴 짓 하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특히 사고 지점은 '협수로(충돌 위험이 있는 좁은 곳)'로 반드시 조타기를 잡고 직접 운항해야 하는 곳이었다. 이에 대해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가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목표 부근에 이르기까지 변침을 하지 않았다"며 "(A씨가) 처음엔 선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이를 뒤집고 잘못을 시인했다"고 했다.

조타수인 B씨도 마찬가지였다. B씨는 A씨와 함께 있긴 했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A씨가 휴대폰을 보는 동안 B씨라도 전방을 주시했다면 사고를 막았을텐데 똑같이 놓친 것이다. 현재 경찰은 B씨의 행적에 대해 집중 추궁하고 있다. 선장 C씨의 경우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A, B씨가 있던 조타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있었지만 역시 책임이 있다는 게 경찰 관계자 설명이다. 사고 지점이 협수로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곳이기에 선장이 지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해역에서 위험한 순간을 포착하고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는 관제센터도 여객선과 교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관제센터에서 사고가 난 목포해역을 감시한 인원은 7명 정도로 일정 시간마다 1명씩 돌아가며 근무했다. 그러나 관제센터도 맡은 해역을 제대로 주시하지 못하며 사고 위험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관제센터 관계자는 "(여객선은) 정상적인 속도로 항해하고 있었다"며 "책임져야 할 부분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여객선 항해사들을 비롯해 관제센터 관계자들까지 모두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라는 대형 참사를 겪고도 '안전 불감증'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부 태만했기 때문"이라며 "운항사들이 전방 주시를 못했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관제센터도 사고의 순간을 분명 놓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와 관련 매뉴얼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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