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수요변동 적어 흐름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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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0원(0.17%) 내린 1472.70원에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올해 글로벌 달러 강세, 지정학적 리스크, 내국인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자금 유출 등이 겹치며 장기간 1400원대에 머물렀다. 지난 9월 24일 1400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지난 21일에는 7개월 만에 1475.6원까지 올라 1500원대 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높아진 환율은 금융시장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약세가 장기화되면서 기업의 수입 원자재 비용이 늘고, 외국인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업종별 주가 흐름도 명확히 갈리는 모습이다. 수출 물량이 상당한 제조·산업재·기술 업종을 중심으로 조정 폭이 커진 것도 이 같은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달 3일부터 25일까지 KRX 주요 업종 지수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기계장비 지수는 1673.23에서 1445.01로 13.64% 급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산업재(-9.90%), 증권(-9.87%), K-콘텐츠(-9.62%) 등 경기민감·성장 업종도 일제히 7~13%대 약세를 보였다. 건설(-7.98%), 에너지·화학(-7.87%), 운송(-6.47%) 등 원자재·수입재 의존도가 높은 업종 역시 환율 부담이 커지며 낙폭이 확대됐다.
올해 증시를 이끌었던 성장 업종도 조정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KRX 반도체 지수는 6131.68에서 5594.90으로 8.75% 하락했고, 정보기술 지수 역시 6.48% 떨어졌다. 콘텐츠·커뮤니케이션 섹터도 각각 9.62%, 6.91% 밀리며 부진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상황에서 환율 부담까지 더해지자 외국인 매수세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금융·유틸리티·헬스케어 등 수요 변동이 적은 업종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은행 지수는 같은 기간 3.71% 상승하며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냈다. 정부가 고배당 기업에 대한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배당 매력이 부각됐고,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유틸리티(2.33%), 헬스케어(2.78%), 경기소비재(3.08%), 보험(0.14%) 등도 상대적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번 환율 상승을 단기 충격보다는 경제 구조 변화가 반영된 흐름으로 보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국제대차대조표를 보면 해외증권투자 확대 등으로 대외금융자산이 빠르게 늘고 있어 원화 약세 요인이 구조화되고 있다"며 "외환보유액, 단기외채 비중, 국가 부도 위험을 가늠하는 지표인 CDS(신용부도스와이프) 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고환율을 과거처럼 금융 불안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 구조 변화로 환율의 정상 범위 자체가 상향된 만큼, 시장도 일정 부분 이를 반영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