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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들이 수천억 원대 '돈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그들의 사회적 책임 경영(ESG)은 낡은 간판처럼 정체되어 있다. 시장 규모가 눈부시게 팽창했음에도, 그 막대한 수익을 사회와 공유하려는 노력은 수익 규모에 한참 미달한다. '화려한 외형'과 '초라한 내실'의 괴리가 극명하다.
현재 거래소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청년 지원, 단발성 기부 등 피상적인 '이벤트성 생색내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 경영 전략과 연동된 ESG 체계가 아닌,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용 활동'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체계적인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발행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돈은 벌었지만, 책임 경영 시스템은 구축하지 못한 것이다.
◇ 미국은 '투명성' 경쟁, 한국은 '규제 사각' 외면
선진 시장인 미국 주요 거래소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미흡함은 더욱 두드러진다. 코인베이스(Coinbase)는 최소한 투명성, 책임성, 지배구조 측면에서 제도화된 접근을 시도하며, 정부/수사기관 정보 요청 현황을 담은 투명성 보고서까지 공개한다. 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업 신뢰와 생존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외부 감시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반면, 국내 거래소들은 느슨한 규제 사각지대에서 막대한 이익을 누리면서도, 그에 합당한 책임과 투명성을 외면하고 있다.
◇ '선택'은 끝났다, ESG는 '필수 생존 전략'
디지털자산 산업은 이미 제도권 편입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이 시점에서 ESG 경영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적인 생존 전략이다.
이용자 보호 미흡, 지배구조 불투명, 사회적 책임 외면은 곧 투자자와 이용자들로부터 가차 없이 외면당할 것이다. 한국 거래소들은 이제 '기술 혁신 기업'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단순히 수익의 일부를 던져주는 행위를 넘어, 환경 영향, 이용자 보호 시스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라는 핵심 요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에 공시해야 한다.
돈만 벌고 책임은 회피하는 '단물만 빨아먹는' 오명을 스스로 벗어던지지 못한다면, 이 산업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다. 해외 사례는 이미 명확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제 한국 거래소들이 사회적 정당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결정적인 대답을 내놓아야 할 차례다.
/고진석 한국디지털자산평가인증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