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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범 급증에 교정시설 초과밀… 단약·재활 기능까지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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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아 기자

승인 : 2025. 11. 26. 17:52

[중독 악순환 반복되는 교도소]
5년새 두 배… 재소자 10명 중 1명 꼴
수용률 130% 육박… 인력부족 가중
회복 프로그램 운영 한계로 치료 공백
지난해 기준 마약범 재복역률 32.1%
전문가 "수용공간 문제부터 해결해야"

마약사범의 급증으로 전국 교정시설의 과밀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5년간 교정시설 내 마약류 수용자 수는 두 배 넘게 늘었다. 초과밀 수용에 교정시설 내부의 단약(斷藥)·재활 체계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정 현장에서는 "수용 관리도 벅차 재범을 막기 위한 기본적 교육조차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교도소는 '회복의 공간'이 아니라 '중독의 고리'로 전락했다.

'마약 청정국'이라는 말은 이미 오래전의 얘기가 됐다. 1989년 1190명에 불과하던 마약사범은 1999년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증가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5년 무렵 스마트폰 대중화로 유통 방식은 대면 거래에서 SNS·다크웹을 활용한 '던지기(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주는 마약 거래 방식)' 등 비대면 온라인 거래로 바뀌었다. 2015년 1만1916명이던 마약사범은 온라인 채널 확산과 함께 폭증했고, 2023년 단속된 인원은 처음으로 2만명을 넘어섰다. 2024년에는 2만3022명을 기록했다.

폭증한 마약사범은 교정 부담으로 이어졌다. 아시아투데이가 법무부 교정본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 내 마약사범은 2021년 3314명(전체의 6.3%)에서 2022년 3738명(7.1%), 2023년 5634명(9.5%), 2024년 6628명(10.5%)으로 매년 증가했다. 2025년 9월 기준으로는 7302명으로 전체 수용자 6만4901명 중 11.2%를 차지했다. 불과 5년 만에 두 배 이상 늘며, 교정시설 수용자 10명 중 1명이 마약사범인 나라가 돼버렸다.

같은 기간 전체 수용 인원도 5만여 명에서 6만4000명대로 늘면서 전국 평균 수용률은 130%에 육박하고 있다. 수원·부산구치소는 이미 150%를 넘어섰다. 5평 남짓한 공간에 13명이 함께 생활하는 등 과밀 수용이 일상화된 탓에 국가를 상대로 한 인권침해 손해배상 소송도 이어지고 있다. 1인당 2㎡ 미만 수용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까지 나왔지만 교정 환경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과밀이 단순한 '자리 부족'을 넘어 교정시설의 재활 기능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교도관 1인당 담당 수용자는 3.6명 수준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폭력 예방과 기본 생활 관리에 인력이 대부분 투입되는 실정이다.

이렇듯 기본적인 수용자 관리조차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한 재활 프로그램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증가하는 마약사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단계별 단약·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기본(40시간)·집중(80시간)·심화(120시간)·회복이음(160시간) 네 단계로 구성돼 있다.

기본·집중 과정은 전국 54개 교정시설에서 시행되지만, 심화 과정은 안양·군산·진주·경북1교도소 등 4개 시설에서만 운영된다. 회복이음 과정은 화성직업훈련교도소·부산교도소·청주여자교도소·광주교도소·대구교도소 등 5개 마약사범 재활전담교정시설에서만 운영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회복이음 과정 수료자의 단약효능감은 62.9점에서 80점으로 상승했고, 우울·불안 지표는 11.5점에서 7.3점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성과와 별개로 실제 운영 여건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한 교정 당국 관계자는 "마약류 유통 사범과 투약 사범에 대한 재활 프로그램 이수명령 병과자가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수용 관리와 재활 프로그램 운영이 현장에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각 교정시설 심리치료팀 소속 직원 중 1명 정도가 중독재활프로그램을 담당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인력 부담도 커지고 있다.

결국 마약사범의 재복역률은 2024년 기준 32.1%로, 3명 중 1명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온다. 과밀과 인력난 속에서 단약 프로그램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중독의 근본 원인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는 마약 중독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교정시설에서 마약사범 재활 프로그램을 확대해도 과밀 수용이 계속되는 한 실질적인 교정·교화는 어렵다"며 "좁은 공간에서 장기간 생활하다 보니 수용자 간 갈등이 잦아지고, 교정 인력은 이를 관리하느라 중독 치료나 재활에 투입할 여력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정시설에서 반응이 좋은 단약 프로그램들이 확대되고 있고 미결수에게도 교육이 열리고 있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용 공간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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