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128개국 상의회장에 공식서한
韓 정책 불확실성 불식 위해 사력 다해
SK·삼성·현대차, 현지법인 대응나서고
화학·철강업, 충격 속 해외 투자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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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업계에 따르면, 비상계엄 당시 재계는 그야말로 '24시간 위기관리 모드'였다.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투자·조달·공급망 계획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는 사력을 다해 글로벌 기업과 각국 정부를 설득했다. 특히 비상계엄 직후 가장 바쁘게 움직인 인물 중 한 명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22일 세계 128개국 상의회장과 116개국 주한 외국대사에 "한국 경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고 있고 APEC도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식서한을 발송했다. 또 새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올해 상반기 해외 순방 동안 한국의 정책 불확실성을 우려하는 세계 각국 정치·경제 리더들을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섰다.
특히 미국의 대(對)한국 관세·보조금 규정 변화가 예고되면서, SK·삼성·현대차 등 핵심 기업의 현지 법인 대응 전략 마련에도 상의가 핵심 조율자 역할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단독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통상 이슈가 잇따랐고, 대한상의·전경련·정부 간 '삼각 협의 라인'이 빠른 속도로 가동됐다"고 전했다.
이 외 재계 총수들도 두 팔 걷고 위기 대응을 위한 활약을 펼쳤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또한 우리 산업계를 대표해 APEC 기업인자문의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며 흔들림 없는 APEC 개최 의지를 보였다.
◇ 글로벌 기업도 흔들렸던 '계엄 직격탄'…그러나 한국 기업, 생산·투자 지켜냈다
국내 기업들도 산업계 최전선에서 주가·환율 하락의 후폭풍을 견뎠다. 특히 두산그룹은 반년간 공들인 사업재편안이 주가 폭락으로 무산되는 위기를 맞았다. 주주들에게 제안한 주식매수청구권을 이행하기엔 자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분을 팔아 원전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 했으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했다. 이에 회사는 올해 초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를 상장하며 1500억원을 확보했으며, 지난 8월에는 베트남 현지 법인 '두산비나'를 2900억원에 매각하는 등 절치부심했다. 마련한 자금은 모두 SMR(소형모듈원전)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할 예정이다.
화학·철강 기업들은 환율 급등으로 원자재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났음에도, 해외 투자를 속행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공했으며 연간 약 2조40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지난 3월 루이지애나주에 58억 달러(약 8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최초의 전기로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미국이 수입 철강제품에 대해 관세 50%를 부과한 가운데, 현지 생산설비로 무역장벽을 피한다는 전략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기업들 앞에 놓인 숙제는 1400원대로 고착화된 고환율 환경에 알맞게 사업 계획을 다시 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