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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AP와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 통신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대한 보안 앱 '산차르 사티'의 선탑재 의무화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8일 애플,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사에 비공개 명령을 내려 "90일 이내에 출시되는 모든 신규 스마트폰에 해당 앱을 설치하고, 사용자가 삭제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닷새 만에 나온 '후퇴'다.
통신부는 철회 이유에 대해 "지난 하루 동안에만 60만 명의 신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앱을 다운로드하는 등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어 굳이 강제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앱은 안전하며, 오직 사이버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기능은 없다"면서 사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삭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불과 하루 전까지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 조치"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철회가 명분 쌓기용 해명일 뿐 실제로는 감당하기 힘든 국내외적 압박에 굴복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압박은 글로벌 IT 기업들로부터 나왔다. 특히 애플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정부 앱 선탑재를 의무화하지 않는다"면서 보안 생태계 위협을 이유로 인도 정부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내 정치권의 반발도 거셌다. 야당인 국민회의당의 란딥 싱 수르제왈라 의원은 의회에서 "삭제 불가능한 앱을 강제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며 따져 물었고, "이러한 앱에 '백도어(뒷문)'가 설치되어 사용자 데이터와 프라이버시를 완전히 침해할 수 있다"는 '빅브라더' 감시 우려를 제기했다. 시민사회와 언론들 역시 "정부가 12억 스마트폰 사용자를 감시하려 한다"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는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과 번복이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디 정부는 지난해에도 노트북 수입 허가제를 기습 도입했다가 미국의 로비와 업계 반발에 밀려 철회한 바 있다. 또 2020년에는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앱을 강제하려다 거센 저항에 부딪혀 결국 설치 권고로 선회하기도 했다.
테크 전문 변호사 미시 초드리 는 "인도의 매우 예측 불가능한 규제 프레임워크는 기업들에게 끊임없는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며 "이번 철회는 환영할 일이지만 사기 방지에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분석 없이 내려지는 자의적인 정책 결정은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 등 일부 권위주의 국가를 제외하고는 유례를 찾기 힘든 '정부 앱 강제 설치' 시도는 결국 '5일 천하'로 끝났지만, 인도의 디지털 주권 강화 움직임과 개인정보 보호 가치 사이의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