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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충격적 비유조차 무위로 돌아간 것인지, 10년 후인 2023년 맥킨지는 "냄비 속 개구리가 절반쯤 익고 있다"면서 그동안 한국경제의 상황이 악화됐다고 혹평했다. 한국의 정치권과 국민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구조개혁을 게을리하면서 저성장의 덫에 고착되고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조금씩 변화하는 위험 신호에 둔감한 개구리의 비유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과 여야 정치권이 국채의 누증에 대해 무감각하다는 사실에도 해당될 것이다. 지난 2일, 728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과 언론까지 "5년 만에 법정기한 내 처리했다"고 법정기한 준수를 자찬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수의 국민들은 법정시한 내 처리가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됐을 뿐, 109조원에 달하는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국채 누증이 몰고올 위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됐다.
내년도 우리 경제는 1.8%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올해 1%에 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고 보면, 내년도에는 소위 기저효과로 제법 높은 성장률을 기대하게 되지만 1.8% 성장에 그친다고 예상된다는 것은 내년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다. 세금도 이런 성장률에 비례해서 크게 증가하지는 못할 텐데 내년도 정부지출 규모는 올해에 비해 무려 8% 넘게 늘어났다. 그 결과가 109조원에 달하는 국채의 발행이다. 1년 만에 국채가 무려 100조원 넘게 늘어나게 됐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너무 부족하다. 정부지출의 증가가 더 큰 성장으로 되돌아온다면 다행이겠지만 지금까지 어느 나라 역사를 보더라도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는 이야기는 별로 없는 반면 예산 낭비가 국가를 위기에 몰아넣은 경우는 부지기수다.
국제금융가에서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의 60%에 육박하게 되면 이것을 그 나라의 재정위기 신호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 가운데 아직 한국의 상황이 국가채무가 많은 국가들에 비해 양호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이 정부 임기 안에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의 60%에 도달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그리스 등이 겪었던 남유럽 재정위기를 우리나라도 겪게 될까 두렵다. 그렇지만 이런 경각심을 가지고 경고의 사이렌을 울리는 정치권도 없고 이에 따라 국민도 그런 걱정을 하기는커녕 자칫 '재정 중독'에 빠지기 십상인 상황이다. 사실 그리스와 아르헨티나의 경우,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40% 수준에서 100% 수준에 이르는 데 수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스페인의 경우, 2007년 35.5%에 그쳤던 국가부채 비율이 100.4%로 치솟은 게 단지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한 재정전문가의 지적이다. 아직 그리스와 같은 재정위기에 봉착하려면 많은 시간이 남은 것처럼 여유를 부릴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미 초고령화됨에 따라 정부가 노인인구에 지급해야 할 연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청장년층이 노년에 연금을 받기 위해 내는 돈은 줄어들고 있어서 연금의 지속가능성까지 의문이 생기고 있다. 이는 정부의 지출 증가를 보수적으로 유지하더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냄비 속 개구리'처럼 적자재정의 위험성에 둔감해져서 계속 경제성장률을 크게 넘는 증가 속도로 정부의 쓰임새를 늘려간다면 조만간 우리나라도 PIIGS(Portugal, Italy, Ireland, Greece, Spain) 국가들처럼 재정위기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재정위기에 특별히 더 취약하고 금융위기를 동반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장기 재정 규율에 비추어 현재의 국가 부채 규모를 관리해야 한다는 논의 자체가 증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여야 정치권, 국정을 책임진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도 국채 누적에 따른 재정위기 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냄비 속 개구리'처럼 무신경하게 있다가 막상 위기에 닥쳐서 허우적거리지 않으려면….
김이석 논설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