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일본, 베트남 원전 사업 철수 선언…K-원전에게 기회오나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09010004453

글자크기

닫기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5. 12. 09. 07:00

clip20251208175201
베트남 닌투언 제1 원자력발전소 건설이 예정된 지역의 모습/베트남정부공보
일본 정부가 베트남의 핵심 국책 사업인 닌투언 제2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서 공식적으로 손을 뗐다. 촉박한 공사 기간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하노이 시내 '오토바이 운행 제한' 조치를 둘러싼 양국 간 외교적 마찰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쟁자였던 일본의 이탈로 원전 수주를 노리던 '팀코리아'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지만 동시에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베트남 진출 한국 제조 기업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토 나오키 주베트남 일본 대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측은 닌투언 2호기 프로젝트를 이행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베트남 정부는 당초 2~3.2기가와트(GW) 규모의 닌투언 2호기를 러시아가 맡은 1호기와 함께 2035년까지 가동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일본 측은 지난달 베트남 당국과의 회의 이후 "완공 데드라인이 너무 촉박하다"며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2016년 중단됐다가 지난해 재개된 베트남의 원전 부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러시아가 맡기로 한 1호기 역시 아직 본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여서, 베트남의 장기 전력 수급 계획(PDP8)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와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철수가 단순한 '일정(공기) 문제' 때문만은 아니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토 대사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 정책'과 관련해 베트남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시사했다.

하노이시는 대기 오염 개선을 위해 2030년부터 시내 중심가에서 내연기관 오토바이 운행을 전면 금지하고 배출가스 검사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 혼다로서는 치명적인 타격이다.

주베트남 일본 대사관은 지난 9월 이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베트남 당국에 보냈다. 이토 대사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금까지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토 대사가 "당국이 추가 협의를 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기긴 했지만, 외교가와 업계에선 사실상 일본 정부가 베트남의 '일본 기업 홀대'에 대해 원전 사업 철수라는 카드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 기업들이 해외 원전 수주에 소극적인 내부 분위기도 한몫했다.

로이터가 "한국·프랑스·미국 투자자들이 닌투언 원전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듯, 일본의 이탈은 '팀 코리아'에게는 기회다.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은 가격 경쟁력과 시공 능력(적기 준공)을 앞세워 일본의 빈자리를 공략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제재로 사업 수행이 불투명한 만큼, 한국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한전 관계자는 본지에 "원전 적기 준공과 관련해서는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기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도전적인 일정이지만 베트남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조정할 수 있고 이런 한국 측의 역량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원전 관련 논의가 다시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관련기관들과 협의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초 베트남 정부가 계획했던 원전 계약 체결 시점대로라면 지난 9월 닌투언 1호기 계약을, 12월에 2호기 계약 체결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1호기 계약도 체결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일본도 2호기 사업 철수를 선언해버린 것이다.

팀코리아에겐 기회지만 동시에 원전 건설 지연은 현지 진출 한국 기업들에겐 자칫 악재다. 삼성전자·LG전자 등 베트남 수출의 주축을 담당하는 우리 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여름 대규모 순환 정전 사태로 조업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현지 기업 관계자는 본지에 "산업 고도화와 중산층 확대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전 가동마저 늦어질 경우 생산공장 베트남의 '전력 리스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베트남 정부도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눈앞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