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난징대학살 88주년 앞둔 中에서 반일 감정 대폭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1210010005596

글자크기

닫기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승인 : 2025. 12. 10. 14:38

사상 최대라고 해도 무방
다카이치 발언이 불 지른 상황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 농후
clip20251210143528
난징대학살 피해자들의 얼을 달래기 위해 세워진 장쑤성 난징의 장둥먼(江東門)기념관 내부 모습. 국가 추모일인 13일을 앞두고 전국 곳곳의 중국인들이 대거 추모에 나서고 있다. 최근의 반일 감정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듯하다./런민르바오
구일본 제국주의 군대에 의해 무려 30만 명이나 희생된 난징대학살(중국식 표현은 난징대도살) 88주년을 목전에 둔 중국에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해도 괜찮을 반일 감정이 폭발하고 있다. 국가급 추모일인 13일 당일을 전후해서는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반일 시위도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런민르바오(人民日報) 등 중국 매체들의 10일 보도를 종합하면 난징대학살은 중일전쟁 당시인 1937년 12월 일제 군대가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을 점령한 후 약 6주 동안 중국인 30만 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중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린다. 목불인견이라는 표현을 써야 할 만큼 악랄했다는 점에서는 나치의 만행에 못지 않았다. 중국이 2014년부터 12월 13일을 국가 공식 추도일인 공제(公際)로 지정한 이후 매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은 절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매년 이 무렵 반일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연초부터 일본과의 관계가 유독 좋지 않았던 탓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는 영화 '난징기념관'이 개봉돼 인기몰이를 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이 와중에 지난달 7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까지 분위기 파악을 못한 채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 발언을 하면서 안 그래도 심각한 상황에 불을 질렀다. 완전 설상가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한지는 학살 현장이었던 난징 시내의 표정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우선 30만 명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곳인 장둥먼(江東門)기념관 주변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마치 바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공안 당국이 청년, 학생들의 과격한 반일 시위를 우려해 대규모 경찰 병력을 기념관 인근에 대거 배치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난징을 비롯해 전국 11개 도시에 소재한 일본인학교가 10일을 전후해 사실상 문을 굳게 닫은 것 역시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한다. 심지어 주중 일본 대사관은 최근 자국민들에게 "최근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외출 시 주변 상황에 주의하라. 가능하면 일본어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중국 군 당국이 13일을 전후해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해역인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주변에서 대대적 군사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사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중국의 반일 감정이 대폭발하는 현실을 증명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군은 12월에는 해상 군사 훈련을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나 올해는 예정돼 있다. 이유는 뻔하다고 할 수 있다"는 런민(人民)대학 정치학과 팡창핑(方長平) 교수의 말은 이로 보면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현 상황이 꽤 부담스럽다. 당연히 사상 최악 상황인 분위기가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맹방인 미국에게 SOS를 보낸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통해 성사된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미국은 일본의 요청에 반응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중국과 잘 지내야 하지 않느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 내 반일 감정의 대폭발로 인한 일본의 전전긍긍은 이제 되돌리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홍순도 베이징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