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예금, 4년새 6000억 이상↑
주식투자 성공도 유동성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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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이수일 기자 = 호반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호반건설이 유동성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금융자산 확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장·단기로 나눠 예금 등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보다 더 많이 확보해 유동성 리스크를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이 같은 방침 아래 확보한 4조원대의 유동성은 외형 확장에 사용된다. 건설 이외의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힘을 쏟고 있는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에게 더욱 많은 선택지를 제시하겠다는 그룹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유동성 위험관리를 위해 충분한 적립금과 차입한도를 유지하고,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만기구조를 관리하기로 했다. 적립금은 유동성 대응을 위해 즉시 사용 가능한 자금으로, 보통예금, 만기 3개월 이내 예금 등 현금 및 현금성자산 등이 포함된다. 호반건설의 자회사인 호반도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만기구조를 관리하고 있는데, 정기예금, 기타 단기금융상품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자본위험관리 기준이 부채비율이라면, 유동성위험관리 기준은 예금 등 현금성자산이다. 유동성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성은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보다 더 많이 확보하는 데 있다.
실제 호반건설의 유동자산에 포함된 현금성자산 등을 더하면 지난해 1조원대의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반면 유동부채에 포함된 금융부채는 1139억원에 불과하다. 유동자산에 포함된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상회한다는 뜻이다. 반면 비유동자산에 포함된 금융자산은 금융부채보다 적었지만, 지난해 금융자산은 금융부채보다 더 많은 상태다.
이 상황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보통예금이 2526억원(2021년)에서 9165억원(2024년)으로 급증했다는 점이다. 보통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워 정기예금 등 상품보다 이자율이 낮다.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경영을 보수적으로 해온 데다, 적정한 현금성자산을 유지해 온 덕분이다. 지난해 호반써밋 파크에디션 등을 완판(100% 계약 완료)하며 분양에서 호조를 보인 효과도 있다. 올해도 호반써밋 검단 3차 등에서 완판에 성공했다. 올해 보통예금이 지난해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짭짤한 주식 투자 성공도 유동성 확대에 한몫했다. 2022년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손실(1744억원)로 인해 금융비용이 금융수익이 더 컸지만, 2023년엔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이익(3980억원)으로 인해 금융수익이 금융비용을 앞질렀다. 2024년에도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평가이익(592억원)으로 금융수익이 금융비용을 상회했다.
이 같은 유동성 덕분에 호반그룹은 최근 HMM 인수전에서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현대차그룹 등이 사실상 손을 떼 거대 그룹과의 '쩐의 전쟁'을 피했기 때문이다. 공작기계 제조업체 두산공작기계,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 등에 대한 인수 시도는 최종 불발됐지만, 이를 통해 축적한 경험이 향후 인수합병(M&A) 추진력 강화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앞으로의 그룹의 방향성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다. 자체적인 진출도 있지만 M&A를 통해 진출하는 방향이 유력하다. 대한전선, 삼성금거래소 등을 통해 성공사례를 발굴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전선은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626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룹의 신규 투자와 전략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김 총괄사장이 사업 영토 확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태다.
신기술 등을 기존 사업에 적용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에도 역량을 모으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베어로보틱스와 함께 실내 배송 로봇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주거단지와 리조트 현장에 로봇 서비스를 도입 중이다.
당시 김 총괄사장은 "호반그룹은 혁신 기술을 발굴해 그룹의 전 사업장에 적용함으로써 고객 서비스, 안전, 에너지 효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지속 확대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그룹 전반의 혁신 생태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과도 있다. 사업 외연을 확장한 덕분에 올 상반기 비건설 부문 매출이 건설 부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과거 건설 중심이었던 호반그룹의 사업영역은 현재 △주택 △건축 △토목 △리조트 △골프 △유통 △미디어 △금융 △제조 등 9개 부문으로 다변화됐다. 건설부문과 관련해선 공공토지 매입을 통한 자체주택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핵심지 도시정비(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도 눈을 돌리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