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akaoTalk_20251211_125935428 | 0 | | 올해 일본에서 야생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최악의 피해를 겪은 아키타현의 스즈키 겐타(鈴木健太)지사가 도쿄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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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일본에서 야생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가운데, 최악의 피해를 겪은 아키타현의 스즈키 겐타(鈴木健太)지사가 "이제 곰 문제는 개별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국가 차원의 상설 대응 체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스즈키 지사는 11일 오전 도쿄외신기자클럽(FCCJ) 기자회견에서 "2025년 12월 7일 시점 기준으로 아키타현에서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58건 66명에 달했다"며 "2023년 70명에 버금가는 최악의 해가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스즈키 지사는 회견장에서 제시한 파워포인트를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 곰이 눈에 띄게 도시 생활권까지 내려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산악 지역이 아니라 시가지 중심부까지 곰이 출몰해 주민을 공격하는 사례가 이어졌다"며 "목숨을 잃지는 않았더라도 얼굴을 중심으로 중상(重傷)을 입은 피해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피해 통계를 보면 2024년(令和6년) 인명 피해는 11명에 그쳤지만, 2025년(令和7년) 66명으로 다시 급증했다. 곰 목격 건수도 1만3334건으로, 가을 이후 급격히 치솟았다.
 | KakaoTalk_20251211_124507467 | 0 | | 스즈키 지사는 11일 오전 도쿄외신기자클럽(FCCJ) 기자회견에서 "2025년 12월 7일 시점 기준으로 아키타현에서 곰에 의한 인명 피해가 58건 66명에 달했다"고 말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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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현은 그동안 전기 울타리 설치, 산과 마을 사이 '완충지대(里山)' 정비, 농작물 잔재 제거 등 곰의 생활권 진입을 막기 위한 대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2020년에는 카메라 트랩을 이용해 서식 개체 수를 추정하는 조사도 실시했다. 그러나 스즈키 지사는 "결과적으로 2022년에는 한 해 200두를 넘는 유해 개체 포획을 할 수밖에 없었고, 올해도 그 수준을 약간 웃도는 대량 포획이 불가피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원해서 곰을 잡는 것이 아니다. 시가지까지 내려와 사람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개체만을 대상으로 했는데도 그 숫자가 됐다"며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제는 현장의 인력과 장비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스즈키 지사는 "덫(箱穴)을 설치해도 이를 점검하러 갈 인력이 부족하고, 곰이 잡혔다는 연락을 받고도 회수하러 갈 사람이 없는 경우가 속출했다"며 "포획 후 처리까지 담당하는 사냥꾼과 관계자들의 고령화·감소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끝에 아키타현은 지난 10월 28일 방위성에 육상자위대 파견을 긴급 요청했다. 자위대는 11월 30일까지 900명 이상이 투입돼 덫 141기를 운반·설치하고, 25개 시정촌 중 12개 지역에서 수송·경계 등 후방 지원을 맡았다. 스즈키 지사는 "자위대는 어디까지나 국방이 본래 임무이며, 지역의 곰 문제에 매번 대응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올해는 다른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요청했고, 결과적으로 현지에서는 큰 감사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했다.
 | KakaoTalk_20251211_130014932 | 0 | | 스즈키 지사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곰의 세대 교체'와 '인구 감소'를 동시에 지목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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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지사는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곰의 세대 교체'와 '인구 감소'를 동시에 지목했다. 그는 "곰은 학습 능력이 매우 높아, 최근에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부모 세대 곰'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2년 전 대량 출몰 당시 시가지까지 내려왔던 개체들이 '사람과 마을은 위험하지 않다'는 경험을 했고, 그 학습 효과가 지금의 행동 패턴에 반영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축은 지방의 인구 감소다. 스즈키 지사는 "이번에 피해가 특히 심했던 아키타와 이와테는 일본에서도 인구 감소가 가장 심한 지역"이라며 "예전에는 산과 마을 사이의 산기슭에도 사람이 살고 농사를 지으며 사냥을 했기 때문에, 그 '인간의 존재감'이 곰의 진입을 자연스럽게 막아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로 사람이 사라지자 그 틈을 타 산짐승이 마을 쪽으로 서서히 세력을 넓히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사람이 떠난 지역에서 야생동물이 급증한 현상과 비슷한 일이 아키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대책과 관련해 스즈키 지사는 "곰이 사람을 일부러 공격하러 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오는 것"이라며 "사람이 사는 생활권에서 곰이 올 이유를 없애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산과 마을 중간지대의 감나무와 방치된 농작물 제거, 풀베기와 숲 가장자리 정비 등 환경 관리와 함께, 봄부터는 포획 활동을 강화해 "예전처럼 '사람은 무서운 존재'라는 학습을 다시 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헌터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가 직접 수렵 면허 소지자를 채용하는 이른바 '가버먼트 헌터' 제도를 확대하고, 총기·탄약 구입 지원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 KakaoTalk_20251211_125952088 | 0 | | 스즈키 지사는 회견장에서 제시한 파워포인트를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 곰이 눈에 띄게 도시 생활권까지 내려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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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위대 재파견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스즈키 지사는 "곰은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만, 자위대의 힘을 두 번 다시 빌리지 않도록 지방정부와 경찰의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번 자위대 요청은 지방의 자원만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는 비상 신호였고, 그 결과 경찰의 라이플 사용 규정 개정, 정부의 대책 패키지 등 중앙의 대응이 빨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곰은 현(縣) 경계와 상관없이 이동하는 만큼, 개별 지자체에 맡겨둘 일이 아니라 국가가 광역적 관점에서 정책을 설계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견 말미에 스즈키 지사는 "아키타는 17개의 중요무형민속문화재를 가진, 일본에서 가장 전통문화가 풍부한 지역"이라며 "이번 곰 문제 때문에 위험 지역으로만 기억되지 않고, '마지막 비경(秘境)'으로서의 매력도 함께 봐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