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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온2, ‘치유성 모시기 전쟁’ 속 되살아난 MMORPG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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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플레이포럼팀 기자

승인 : 2025. 12. 15. 12:15

아이온2 치유성
"치유성 탬렙 -200. 바로 출발 가능"

아이온2 서비스가 5주 차에 접어들며 초월이나 원정 정복 구간 파티 모집창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문구다.

던전을 공략하는 데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정작 상위 콘텐츠로 갈수록 파티의 마지막 퍼즐인 치유성을 기다리는 데 30분 이상을 허비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4인 파티(수호성-딜러 2명-치유성)의 역할 분담이 그만큼 명확하고 각 직업이 지닌 개성이 뚜렷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화려한 스킬 연계와 짜릿한 타격감을 선사하며 직관적인 재미를 느끼는 딜러 직업군에는 유저가 몰릴 수밖에 없다.

반면 자신의 재미보다는 파티원의 체력 바를 주시하며 실수를 수습해야 하는 치유성은 메커니즘 자체가 희생을 전제로 한다. 인구 절벽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공급 부족은 예견된 수순이다.

혹자는 "호법성이 있지 않으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상위 던전으로 갈수록 호법성의 역할은 메인 힐러보다 파티의 화력을 극대화하는 '버퍼'나 '딜러'로 정체성이 짙어진다. 폭발적인 대미지가 들어오는 위기 상황에서 파티를 안정적으로 지탱하는 힘은 치유성 손끝에서 나온다.

오죽하면 유저들이 "파티를 구하다 지쳐 내가 한다"며 울며 겨자 먹기로 치유성을 부캐릭터로 육성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다음 단계도 바로 가실까요?"
치유성 부족 현상은 효율성만 따지던 아이온2 플레이 방식을 인간미 넘치는 방향으로 바꿔놨다. 당장의 스펙보다 잠재력을 높이 사는 인재 육성과 먼저 손을 내밀어 인연을 맺으려는 선제적인 소통이 유저들 사이에서 새로운 생존 본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선 파티장들은 원정이나 초월에서 방제(방 제목)에 치유성 아이템 레벨 제한을 100에서 200까지 낮춰 명시하고 있다. 장비가 조금 부족해도 센스만 있다면 기꺼이 모시겠다는 유연한 대처이자 러브콜이다.

나아가 탐험 등급 던전 등 비교적 낮은 구간에서부터 치유성의 플레이를 눈여겨보는 기류도 포착된다.

칼 같은 치유 타이밍이나 센스 있는 위치 선정을 보여주는 원석을 발견하면, 장비가 다소 좋지 않더라도 적극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성장하는 방식을 택하는 유저들도 있다. 당장의 클리어보다 마음 맞는 동료를 만드는 편이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치유성이 클리어하지 못한 던전이 있다면 함께 도는 것도 좋은 인상을 남기는 좋은 방법이다. 물론 자신이 유튜브 등을 통해 가는 길이나 보스 패턴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게 첫 번째다.
서버 간 친구추가나 초대 기능을 모르는 유저들이 은근 많다.
이후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서버 간 소통' 기능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아이온2는 타 서버 유저와도 친구 추가나 귓속말이 가능하지만, 기능을 모르는 유저가 의외로 많다. 영리한 유저들은 서버 경계를 넘어 적극적인 말 건네기를 시도한다.

꼭 파티장이 아니더라도 "힐 타이밍이 정말 좋으시네요", "덕분에 편하게 잡았습니다" 같은 사소한 칭찬 한마디가 치유성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된다. 삭막한 데이터가 오가는 전투 로그 사이에 섞인 따뜻한 말 한마디가 다음 파티 동행을 결정짓는 계기가 된다.
"야.너두 치유에게 친추 받을 수 있어!"
아이온2에서 벌어지는 치유성 모시기 현상은 MMORPG의 잊힌 묘미를 되살리고 있다. 효율과 속도전이 지배하던 던전에서 이제는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고 성장을 기다려주는 낭만이 생존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스템이 강제하지 않아도 유저들 스스로 필요에 의해 관계를 맺고 형성된 유대 속에서 게임의 재미를 재확인하고 있다. 어쩌면 유저들이 MMORPG에서 진정으로 원했던 가치는 높은 등급의 아이템이 아니라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든든한 동료였을지도 모른다.

던전을 무사히 마쳤다면, 파티 탈퇴 버튼을 누르기 전 치유성에게 먼저 따뜻한 인사 한마디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김휘권 플레이포럼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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