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대장’과 ‘시선’으로 읽는 동시대 개인의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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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대장'은 불안과 우울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는 신체 반응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대인관계에서 불안해지면 증상이 나타나는 현지와 사회생활 속 우울감이 쌓일수록 같은 증후군을 겪는 샛별은 한 오피스텔 건물에 사는 이웃이다. 층간소음과 재활용 분리수거 문제로 갈등을 이어오던 두 사람은 어느 날 단골 포장마차에서 불가피하게 합석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일상적인 공간과 사소한 갈등은 인물의 내면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하며, 불안이 얼마나 생활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이라는 현실을 배경으로, 사랑과 인정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불안과 사회적 위치가 흔들린다는 감각이 어떻게 서로 다른 얼굴의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지는지를 따라간다.
그러나 '안녕!대장'은 이 무거운 문제를 직접적인 고발이나 선언으로 풀어내지 않는다. 대신 웃음과 요절복통이라는 장치를 통해 고통을 접근 가능한 언어로 바꾼다. 우울과 불안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우연히 마주한 타인의 이야기가 작은 균열을 만들고 그 틈에서 회복의 가능성이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대장을 살리기 위한 두 사람의 프로젝트는 결국 마음을 살리기 위한 시도이며, 이 사소한 연대의 순간은 작품이 조심스럽게 내비치는 희망의 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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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역에 대한 불만과 질투, 오래 삼켜온 상처와 세대 간의 갈등은 연극 제작 과정이라는 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증폭된다. 특히 자신의 돈으로 제작에 참여한 30여의 욕망, 무리에 쉽게 섞이지 못하는 18여의 고립감, 어리고 예쁜 역을 맡지 못한 10여의 좌절, 선배들의 태도에 불편함을 느끼는 어린여의 반항은 무대 위에서 서로를 향한 시선으로 충돌한다. 이 과정에서 '시선'은 타인을 섣불리 판단하고 규정하는 폭력이 얼마나 쉽게 발생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연출의도는 분명하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내가 바라보는 시선은 같지 않으며, 타인을 안다고 말하는 순간 이미 폭력이 시작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작품은 관객에게 남을 판단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바라보라고 요구한다. 연극 내부의 권력 구조와 갈등을 다루면서도, 이는 무대 밖 현실로 확장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쉽게 타인의 사연을 짐작하고, 알지도 못하면서 안다고 말해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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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혜화살롱의 제2회 단막열전은 짧은 두 편의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오래 남는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리고 스스로를 향한 시선은 얼마나 정직한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이 질문은, 무대를 떠난 관객의 일상 속에서 다시 한 번 조용히 되살아날 것이다. 창작집단 혜화살롱의 제2회 단막열전은 12월 17일부터 21일까지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