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때 약속한 '독립·책임 수사' 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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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는 2022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밀문서 반출·보관 의혹과 관련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수사 대상이 당시 전직 대통령이었음에도 FBI는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이첩하지 않고 곧장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FBI의 '성역 없는 수사' 기조를 보여준 이 사건은 대통령에 대해서도 기존 수사 원칙과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수사와 정치가 철저히 분리된 것이다.
FBI는 과거부터 고위 공직자 등을 상대로 동일한 수사 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정해진 조건만 충족된다면 자체적 판단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사회 지도층에게 법적·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는 장치로 작동해 왔다.
형보다 나은 아우는 없었다. 국수본은 '한국형 FBI'가 되지 못한 모양새다. 국수본은 최근 민중기 특별검사(특검)의 '통일교 편파 수사 의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겼다. 민중기 특검이 더불어민주당 전현직 의원의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지난 8월 인지하고도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된 사안이다. 특검은 "김건희 여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으나 3대 특검 모두 이미 특검법상 수사 대상으로 명시된 사건 외 다른 의혹들을 수사한 사례가 적지 않아 민주당 관련 의혹만 선택적으로 무마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해당 사건은 정부·여당 핵심 인사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된 만큼 정치적 민감도가 높은 사안으로 분류됐다. 박성주 국수본부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에 대해 "(공수처 이첩은) 관할과 법 절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의 말처럼 공수처법상 검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특검'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
이 같은 행보는 출범 당시 국수본이 받은 기대와 동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수본은 2021년 "검찰로부터 분리된 독립 수사 기구로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책임 수사를 수행하겠다"며 출범했다. 경찰도 국수본을 "권력형 범죄와 민감 사건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수사 컨트롤타워"라고 설명했다. 국수본의 '공정한 잣대'를 기대케한 것이다.
국수본이 '고위 권력 견제'라는 역할을 더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 대상 지위와 영향력에 따라 수사 방식이 달라지는지는 수사 기관의 신뢰와 직결된다"며 "국수본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밀 때 비로소 책임 있는 수사 기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