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칸·베네치아 수상·초청작들로 영화 마니아층 유혹
스크린은 많고 작품은 적은 극장가 곤궁한 현실 파고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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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개봉하는 '척의 일생'은 지난해 열린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작품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제조기' 스티븐 킹 작가의 동명 단편 소설이 원작이다. 킹 작가는 영화 '캐리' '샤이닝' '스탠 바이 미'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등의 원작자로 친숙하며, 얼마전 공개된 '더 러닝맨'도 그의 손 끝에서 태어났다.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되는 3막 구조가 특징이며, 유한한 삶의 소중한 의미와 우주만큼 거대한 인간의 내면를 응시하는 킹 작가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느닷없이 지구의 종말로 시작되는 도입부가 처음에는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결말부를 보고 나면 '아! 이런 이야기였구나' 탄성을 자아낼 만큼 스토리 라인이 허를 찌른다.
동명의 타이틀롤은 '어벤져스' 시리즈의 미워할 수 없는 밉상 '로키'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톰 히들스턴이 열연했다. 주인공 '척'이 39년의 길지 않은 생애가 저물어가는 와중에도 거리의 드럼 버스킹에 맞춰 혼신의 힘을 다해 춤추는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로, 토론토에서 처음 공개됐을 당시 히틀스턴이 이제까지 선보였던 연기 중에 가장 아름답고 강렬하다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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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 영화의 '거장' 짐 자무쉬 감독이 연출 지휘봉을 잡고, 애덤 드라이버와 케이트 블란쳇 등 할리우드의 남녀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파더…'는 미국·아일랜드·프랑스에 사는 세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장 가깝지만 그래서 오히려 감출게 많고 서로를 서먹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가족의 참모습을 무심한 듯 섬세하게 그려낸다.
제목부터 영화 마니아들을 유혹하는 '누벨바그'는 1959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겁 없는 새내기 감독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제작기를 스크린에 재현했다. '네 멋대로…'는 프랑스 등 전 세계 영화사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영화 사조 누벨 바그(Nouvelle Vague)의 출발점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최악의 데뷔작이라 폄훼됐던 당대와 달리 훗날 세기의 걸작 반열에 오르게 된다. '비포' 3부작과 '보이후드' 등으로 잘 알려진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네 멋대로…'처럼 모든 출연진을 신인 배우들로 꾸리고 흑백으로 촬영하는 등 헌정하는 마음을 담아냈다.
이처럼 연말 극장가에 해외 수작들이 집중되고 있는 까닭은 콘텐츠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극장가의 곤궁한 현실에서 우선 찾을 수 있다. 24일 개봉하는 추영우·신시아 주연의 청춘 멜로물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말고는 중급 규모 이상의 한국 상업 영화 신작이 '아바타: 불과 재'를 피해 단 한 편도 없는 상황의 빈틈을 이들 작품이 파고들려 한다는 것이다. 한 배급 관계자는 "친구들과 모여 영화 한 편 관람한 뒤 떠들썩하게 놀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내지는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쪽으로 달라진 연말 분위기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