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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보다 민주주의…30년 만에 바뀐 국민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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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5. 12. 23. 18:21

빈부격차 1순위 과제로 부상, 정년 연장엔 10명 중 7명 공감
성장보다 성숙 택한 사회…행복도 낮아지고 격차 인식 커져
국민
국민이 가장 희망하는 미래 우리나라 모습/문화체육관광부
국민이 그리는 한국의 미래상에서 '경제적 부유'보다 '민주주의의 성숙'이 처음으로 앞섰다. 조사 시작 약 30년 만의 변화다. 동시에 빈부격차가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고, 정년 연장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23일 공개한 '2025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국민이 가장 희망하는 미래 한국의 모습으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라는 응답이 31.9%로 가장 높았다. 그동안 줄곧 1위를 차지해 온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는 28.2%로 2위에 머물렀고, '사회복지가 완비된 나라'는 16.9%로 뒤를 이었다.

민주주의 수준에 대한 인식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6.9%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을 '높다'고 평가했고 '낮다'는 응답은 21.8%에 그쳤다. 문체부는 1996년 조사 시작 이후 '경제적 부유'가 계속 1위를 차지해왔던 흐름이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바뀌었다며 최근 민주주의 위기를 체감한 경험이 국민 인식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 군 투입 등 일련의 사태가 이러한 인식 변화의 배경으로 언급됐다.

가정의 경제 수준에 대해서는 43.7%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했고, '중산층보다 높다'는 응답도 16.8%에 달했다. 전체 응답자의 60.5%가 중산층 이상이라고 답한 셈으로, 이는 2022년 조사보다 18.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국민이 체감하는 전반적인 행복도와 삶의 만족도는 하락했다.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65.0%에서 51.9%로, 삶의 만족도는 63.1%에서 52.9%로 각각 낮아졌다.

사회 갈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높았다.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는 '진보와 보수'가 82.7%로 가장 많이 지적됐고 '기업가와 근로자'(76.3%) '부유층과 서민층'(74.0%) '수도권과 지방'(69.0%)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67.8%) '남성과 여성'(61.1%) 순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는 '빈부격차'가 23.2%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일자리 문제(22.9%) 부동산·주택 문제(13.2%)가 뒤를 이었다. 2022년 조사에서는 일자리 문제가 1위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빈부격차가 이를 앞질렀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도 조사됐다. 국민의 55.2%가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고, 하루 평균 이용 횟수는 3.3회로 나타났다. 활용 목적은 개인 비서 역할이 50.5%로 가장 많았고 텍스트 생성이 35.5%를 차지했다. 다만 64.3%는 AI가 노동력을 대체해 일자리 불균형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고, 동시에 51.8%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눔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며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양상을 보였다.

노동과 관련해서는 정년 연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두드러졌다. 응답자의 74.0%가 정년 연장에 찬성했고, 이 가운데 50.9%는 정년퇴직 시기를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년퇴직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23.1%에 달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5.7%에 그쳤다.

다문화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우호적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0%는 다문화가 노동력 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고, 61.3%는 사회적 포용 강화 등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봤다. 다문화가 국가 결속력을 약화시키지 않는다는 응답은 56.5%, 단일민족 혈통에 대한 자긍심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응답은 58.2%로 집계됐다.

국내에 2년 이상 거주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55.9%가 한국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답했고, 56.1%가 생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다만 43.7%는 국내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차별의 이유로는 출신국이 52.9%로 가장 많았고, 차별을 겪고도 개선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개선을 요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요구해도 변하는 것이 없을 것 같아서'가 42.2%로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 포함된 청소년 인식 조사에서는 66.3%가 좋아하는 취미나 활동을 할 시간이 있다고 답했고, 65.6%는 가족이 힘들 때 도와주는 존재라고 인식했다. 다만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본다는 응답은 45.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문체부가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 15일부터 10월 2일까지 13세부터 79세까지 국민 6180명과 국내 거주 외국인 1020명을 대상으로 가구 방문 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1996년 시작해 2013년부터 3년마다 진행된 조사로 올해가 아홉 번째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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