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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의 시선으로 차별을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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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24. 06:37

대니얼 보이드·장파, 국제갤러리서 나란히 개인전
역사와 신체 둘러싼 고정관념에 질문 던져
대니얼 보이드
대니얼 보이드의 '무제(MBSWMTL)'(왼쪽)와 '무제(SPAYTOB)'. /국제갤러리
원주민과 여성, 소수자의 시선으로 고정관념과 차별을 되묻는 전시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호주 원주민 작가 대니얼 보이드의 개인전 '피네간의 경야'는 서구 중심의 역사 서술 속에서 지워진 원주민의 시선을 복원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신작 30여 점은 점처럼 반복되는 작은 원형 '렌즈'로 화면을 덮는 작가 특유의 방식으로 구성됐다. 단일한 시선이 아닌 다층적 관점을 통해 역사를 다시 보자는 제안이다.

보이드는 1950년대 호주 정부가 제작한 아동용 역사 만화책을 재료로 삼아, 원주민을 왜곡·희화화한 장면을 가리거나 덮어버렸다. 제임스 쿡 선장을 영웅으로 묘사한 장면 역시 침략의 역사를 은폐한 시선으로 비판한다. 작가는 "내가 속한 집단을 향한 오해와 왜곡을 작업에 담았다"고 말했다.

같은 공간에서 시작한 장파의 개인전 '고어 데코'는 여성을 바라보는 혐오적 시선을 정면으로 다룬다.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45점의 작품은 강렬한 색채와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여성의 신체를 과감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인터넷 공간에 퍼진 여성 혐오 표현을 작품의 언어로 전복한다. 가슴에 눈을 달고, 성기를 입으로 표현한 이미지는 여성의 몸을 향한 시선을 되돌려 주고, 남성 중심의 언어로 규정돼 온 신체를 여성의 언어로 다시 말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장파는 "페미니즘에서도 쉽게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표현하다 보니 형식이 더 과감해졌다"며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지금의 현실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전시는 각각 다른 배경에서 출발하지만, 소수자를 규정해온 시선과 언어를 되묻는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15일까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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