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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엄경수도첩’ ‘영산회상도’ 등 6건 보물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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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5. 12. 24. 10:15

국가유산청 "예술적·학술적으로 큰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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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회상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조선 중기 사대부의 경수 문화와 고려·조선의 불교미술 작품 6건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신중엄경수도첩'은 고령신씨영성군파 문중에 전해오는 서화첩이다. 1601년 신중엄(1522∼1604년)이 80세를 맞자 그의 아들 신식과 신설이 아버지의 장수를 축하하며 경수연을 연 것을 기념해 제작했다.

신중엄경수도첩에는 맨 앞에 허목의 전서체 글씨 '경수미정'(慶壽眉鼎)·'경수도첩'(慶壽圖帖)이 쓰여 있으며, 화공에게 부탁해 그린 '경수연도'(慶壽宴圖)·'서문구모도'(西門舊茅圖)·'용산강정도'(龍山江亭圖)·'누정한일도'(樓亭閑日圖) 4폭의 그림과 한호의 해서체 글씨 '구령학산'(龜齡鶴算)이 수록돼 있다.

당시 이 잔치를 기념해 이항복, 김현성, 이덕형, 이산해 등으로부터 받은 시문, 참석자 명단인 제명기, 1680년에 받은 후서(後序·책의 본문 뒤에 적는 서문) 등도 포함됐다.

국가유산청은 "이 작품에 수록된 글씨와 그림, 시문으로 조선 중기 서예사와 회화사, 문학사의 양상을 살필 수 있고, 원본의 경수연도가 실려 있어 역사적, 학술적, 예술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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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엄경수도첩. /국가유산청
개인 소장품인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는 화기(畵記·불화 하단에 제작 연대, 봉안 장소, 제작 목적, 시주자, 제작자 명단 등을 적은 것)에 있는 기록을 통해 1560년(명종 15년)이라는 제작 연대, 왕실의 장수와 자손 번창이라는 제작 목적, 문정왕후라는 발원 주체, 영산회상이라는 그림의 주제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다.

비단 바탕에 금니(아교에 개어 만든 금가루)로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화면 중앙에 크게 배치한 본존을 중심으로 6대 보살, 제석·범천, 사천왕, 팔부중 등 권속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전기에 제작된 군도형 회상도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구성력과 섬세한 표현력을 갖추고 있어 예술성이 뛰어나다고 평했다.

계명대학교동산도서관이 소장한 '묘법연화경 권3'(妙法蓮華經 卷三)은 천태종의 근본 경전이다. 인도 승려인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漢譯)하고 송나라 승려 계환(戒環)이 주해한 전7권 중 권3의 1책이다. 이 책은 안평대군, 금성대군, 호조좌랑 이명민 등이 1450년(세종 32년) 세종의 명령으로 조선에서 생산된 왜저지(倭楮紙·일본 닥나무 종자로 조선에서 재배하여 만든 종이)에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처음 제작된 금속활자)로 찍어 만든 금속활자본이다.

이 판본은 33부를 인쇄했으나 현존하는 수량이 많지 않고, 동일 권차는 계명대학교동산도서관 소장본만 유일하게 확인돼 인쇄사적·제지사적 측면에서 가치가 우수하다.

'구례 화엄사 동종'(求禮 華嚴寺 銅鍾)은 몸체에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주종기(종의 제작 배경, 제작자, 재료 등의 내용을 담은 기록)를 통해 전라도에서 주로 활동한 주종장 윤종백이 김원학, 한천석 등과 함께 1711년(숙종 37년)에 제작했음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운흥사(雲興寺)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됐는데 어느 시점에 화엄사로 옮겨졌는지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총독부 유리건판 사진과 몸체에 음각으로 새겨진 1925년 수리 기록에서도 그 시기에 화엄사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전통 종 형식을 기본으로 종의 어깨와 천판 경계 장식이 연꽃 모양으로 등장한다. 주종장은 꽃잎 속에 승려를 삽입해 극락에서 연화화생(蓮花化生·인간이 연꽃 속에서 태어나는 장면)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조선 후기 동종 중 대형 작품인데도 주조 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조형적 균형미가 뛰어나 예술적 가치가 높고, 몸체에 제작 기록과 두 차례 수리 기록도 있어 자료적 가치도 높다고 국가유산청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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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 동종. /국가유산청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수월관음보살도'(高麗 水月觀音菩薩圖)는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53명의 선지식을 찾아가는 남방순례 중 보타락가산에 거주하는 관음보살을 친견하는 장면을 도상화한 불화다.

전형적인 고려 후기 수월관음도상을 따르면서도 섬세한 천의(天衣) 속에 베풀어진 역동적인 원형넝쿨무늬와 연꽃무늬, 은은하고 품위 있는 색채 감각, 윤곽선과 문양에 세련되게 사용된 금니 등 절제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고려 시대 수월관음보살도는 국내에 호림박물관, 리움미술관 등에 6점만이 전하고 있어 희소성이 높다. 이 보물은 일부 화면이 박락돼 보수가 이뤄졌지만, 관음보살과 선재동자, 보타락가산, 정병 등 수월관음보살도의 도상을 이루는 부분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 고려 후기의 수준 높은 불교회화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영축사'명 영산회상도'('靈鷲寺'銘 靈山會上圖)는 화기에 있는 기록을 통해 1742년(영조 18년)이라는 제작 연대, 혜식(慧式)이라는 제작자, 영축사라는 원봉안처 등을 명확히 알 수 있는 불화다.

비단 바탕에 채색으로 영축산에서 석가모니불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현존 영산회상도 가운데 큰 편에 속하며 18세기 전반 영산회상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국가유산청은 "화기에 화승 집단을 스스로 '비수회'(毘首會·불화를 그린 화승을 지칭)라 칭한 점은 조선 후기 화승 집단의 장인적 정체성과 조직적 활동을 보여주는 희귀한 사례로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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