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620만 관람객 '폭풍 성장'에 재정 압박 커져
유료화 '2027년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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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국민 문화 향유권 신장'을 내걸고 도입된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 무료 관람 정책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600만 명을 돌파하며 '폭풍 성장'을 기록한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부터 상설 전시 유료화를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내년 상반기 '고객관리 통합시스템'과 사전 예약제를 도입해 유료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여름 성수기까지 전 시스템을 가동해 관람 패턴과 수요 데이터를 확보한 뒤, 문화체육관광부 주도의 공청회를 거쳐 요금 수준과 할인·면제 범위, 시행 시기를 확정한다는 구상이다. 2026년 예약제 시범 운영을 거쳐 2027년 이후 본격 시행이 유력하다.
유료화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예상보다 빠른 관람객 증가가 있다. 2006년 용산 이전 당시 연간 최대 400만 명을 기준으로 설계된 박물관은 올해 예상 관람객 620만 명으로 수용 한계를 크게 넘어섰다. 전시 관람 환경 관리와 시설 유지·보존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운영 구조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중순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진다"며 유료화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국정감사에서 "유료화하는 게 맞다"고 밝히면서 논의는 '유료화 여부'에서 '언제,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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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관람료 수익의 사용 구조다. 현재 국립박물관은 입장료를 포함한 모든 수입을 국고에 귀속시키고, 운영 예산을 다시 배정받는 방식이다. 최근 한국박물관협회가 주최한 '국립박물관 유료화 필요성과 서비스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도 이 구조가 한계로 지적됐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현행 국가회계 체계에서는 입장료 수입이 인력 확충이나 보존 시설 개선 등 현장에 직접 투입되기 어렵다"고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관람료를 5000~1만원 수준으로 책정할 경우 연간 약 350억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김혜인 연구위원은 "전년도 수입 규모만큼을 다음 해 예산에 반영해 전시 환경 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국립박물관에 일정 수준의 예산 자율 편성권을 부여하는 제도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주요 박물관은 대부분 유료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다양한 보완 장치를 두고 있다. 루브르 박물관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고가의 입장료를 받는 대신, 미성년자·고령자·장애인·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할인이나 무료 관람을 제공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유료화 시행 시 월 1회 무료 관람, 특정 요일·시간 무료 개방 등 부분 유료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케데헌 신드롬'이 일회성 흥행에 그칠지, 문화유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유료화 이후의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 관람료 도입 자체보다, 그 수익이 박물관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유료화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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