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호조에도 소비자심리는 냉각
트럼프, 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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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정부의 역대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여파로 발표가 한달 이상 지연된 이번 지표는 관세 부과와 고용 냉각 우려라는 악재 속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보여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호재를 발판 삼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강력한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는 급락해 실물 지표와 '체감 경기'와의 괴리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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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는 23일(현지시간)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4.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3분기(4.7%)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3.2%를 1.1%포인트나 상회하는 '서프라이즈'급 결과다.
미국은 직전 분기 대비 성장률(계절조정)을 연율로 환산해 GDP를 발표한다. 미국 경제는 1분기 관세 부과를 앞둔 일시적 수입 급증 여파로 0.6% 역성장을 기록한 뒤, 2분기 3.8%로 반등했고, 3분기에는 그 흐름이 더욱 강화됐다.
이번 성장의 핵심 동력은 소비와 수출이었다. 개인소비는 3분기 중 연율 3.5% 증가하며 성장에 2.39%포인트 기여했다. 관세와 고용 냉각이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와 달리,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력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2분기엔 2.5% 증가했었다.
순수출(수출-수입)은 성장률을 1.59%포인트 끌어올렸다. 수입이 4.7% 감소한 반면 수출은 8.8% 증가했다. 정부지출도 2.2% 늘어 성장률에 0.39%포인트를 보탰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 부문의 기여도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기 드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비 지출이 경기 둔화 우려를 일정 부분 상쇄했지만, 가계 신용 증가와 물가 재상승 가능성을 잠재 리스크로 지목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 예측을 웃돈 성장률에 대한 소비의 기여분을 부각하며 높은 금리 상황에서도 미국 경제가 상당한 내구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향후 소비 둔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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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적 수요를 나타내는 '민간 지출(민간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도 3.0% 증가했다. 재고·무역 변동 등 일시적 요인을 제외한 미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함을 보여줬다.
반면 민간투자는 0.3% 감소하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4월 초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기업들이 재고를 대거 확충했던 1분기의 급증(23.3%) 이후 2분기 기저효과로 인한 급락(13.8%)을 거쳐 나타난 조정 국면으로 해석된다.
◇ '지표의 역설', 차갑게 식어가는 소비자 심리
성장률 지표는 '맑음'이었지만, 같은 날 발표된 소비자 심리 지표는 '흐림'이었다. 미국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한 12월 소비자신뢰지수(CCSI·1985년=100 기준)는 89.1을 기록, 전월(92.9)보다 하락하며 전문가 예상치(91.0)를 밑돌았다.
특히 현재의 노동시장 여건을 반영하는 '현재상황지수'는 116.8로 전월 대비 9.5포인트나 폭락했다. 이는 팬데믹 기간인 2021년 2월 이후 최저치다. 미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지수는 70.7로 11개월 연속 80선을 밑돌며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로이터통신은 3분기의 고성장이 연말의 소비 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지표 간 엇박자'라고 진단했다.
◇ 트럼프 "좋은 소식에 시장 하락, 금리 인상 생각 때문" 금리 인하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높은 성장률을 이유로 연준이 금리 인하를 주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좋은 소식에도 시장이 하락하는 건 모두 '잠재적' 인플레이션을 관리하기 위해 금리가 즉시 인상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강한 시장, 심지어 경이로운 시장조차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는다. 어리석음이 이를 유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