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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시아 공장 ‘재매입’ 사실상 불가…“전쟁 끝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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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5. 12. 30. 08:05

14만원에 매각하며 걸었던 '2년 내 재매입' 조건, 내달 시한 종료
2019년 점유율 23%서 철수 후 중국차 독주 체제로 시장 재편
현대차 공식 입장 "미정"이나 기한 연장 불투명… 2800억 손실 확정 위기
UKRAINE-CRISIS/RUSSIA-HYUNDAI
현대차들이 2022년 6월 1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세관 터미널에 주차돼 있다./로이터·연합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던 현대자동차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생산공장을 재매입할 수 있는 여건이 현재로서는 조성되지 않았다는 내부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우리가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2024년 러시아업체 AGR자동차그룹에 해당 공장을 포함한 러시아 지분 100%를 매각했다. 당시 거래 금액은 상징적인 수준인 14만원(97달러)이었으며, 계약에는 2년 이내 재매입이 가능한 바이백 옵션이 포함됐다. 이 옵션은 내년 1월 만료된다.

로이터는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 철수 당시 이 거래로 약 2870억원의 손실을 반영했다고 전했다. 또한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인해 부품 조달과 결제망이 차단되면서 외국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공장을 정상 운영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로이터에 "바이백 옵션과 관련해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고 했고, AGR자동차그룹은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옵션 기한을 넘길 경우 현대차가 재매입 권리를 완전히 포기하게 될지, 또는 기한 연장 협상에 나설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전쟁 이전 러시아 최대 외국계 완성차 업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사는 2019년 러시아에서 40만대 이상을 판매해 전체 신차 시장의 약 23%를 차지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생산됐다. 해당 공장은 연간 2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이었다.

현재 러시아 자동차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로이터는 2024년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 157만대 중 100만 대 가까이를 중국 브랜드가 차지했다고 전했다. 다만 현대차가 매각한 공장은 중국차가 아닌 '솔라리스(Solaris)' 브랜드 차량을 생산 중인데, 이는 과거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하던 인기 차종명이다.

로이터는 일본 마쓰다가 지난 10월 바이백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러시아 공장 재매입 권리를 상실한 첫 사례가 됐다고 전했다. 또한 르노·포드·닛산(日産)·메르세데스-벤츠 등도 2027~2029년 사이 만료되는 바이백 옵션을 보유하고 있고, 도요타(豊田)와 폭스바겐은 아예 재매입 권리 없이 러시아 자산을 매각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러시아 매체가 현대차가 로고 등 상표를 현지에 재등록했다고 보도하면서 '재진출 신호'라는 해석이 제기됐지만, 로이터는 전쟁 지속과 제재 유지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간 내 현실화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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