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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트럼프 관세…2026년 동남아, 정치불안·경제 불확실 이중고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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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1. 04. 11:45

THAILAND ECONOMY <YONHAP NO-3613> (EPA)
태국 방콕의 한 쇼핑몰에서 시민들이 세일 문구가 적힌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2026년 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의 관세 정책, 민간 투자 약화가 겹치면서 1.5~1.6%의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됐다/EPA 연합뉴스
2026년 새해를 맞은 동남아시아 각국이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태국과 미얀마는 선거를 치르며 정국 혼란을 수습해야 하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집권 연정의 내분과 재난 대응 실패로 인한 리더십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관세 장벽과 글로벌 무역 변동성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 태국, 2월 8일 '조기 총선'... 국경 분쟁·스캠 범죄가 변수
태국은 전임 총리의 연이은 낙마와 연립정부 붕괴 끝에 오는 2월 8일 조기 총선을 치른다. 아누틴 찬위라꾼 총리는 의회 해산 후 품짜이타이당을 이끌며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 주요 경쟁자는 탁신 계열의 프아타이당과 왕실·군부 개혁을 기치로 내건 인민당이다.

선거의 핵심 쟁점은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과 안보 문제다. 최근 격화된 국경 충돌은 지난달 27일 정전 합의로 일단락됐으나, 태국 정치권은 국경 지역에 근거지를 둔 온라인 스캠(사기) 범죄를 국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롬 랑시만 인민당 부대표는 "스캠 범죄로 인한 태국 내 피해액이 연간 37억 달러(약 5조 3502억 원)에 달한다"며 "국민들은 돈을 잃고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잦은 정권 교체로 인한 태국 국민들의 피로감과 불신이 극에 달했다고 진단한다. 국민들이 감정적으로 양극화되어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정책을 원하는 탓에 선거 결과 예측도 어렵다는 것이 쭐라롱꼰대 스티손 타나니티콧 연구원의 진단이다.

◇ 군부 쿠데타 후 내전 미얀마…'3단계 총선 통한 군부의 합법화 시도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달 28일 1차 투표를 시작으로 1월 11일(2차), 1월 25일(3차)에 걸쳐 총선을 강행 중이다. 전체 330개 타운십 중 약 80%인 265개 지역에서만 투표가 이뤄진다. 주요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대해 국제사회는 군부의 '꼭두각시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한 요식 행위라고 비판한다.

◇ 말레이, 주 州 선거로 '안와르 연정' 시험대…야권 분열도 가시화
2025년 아세안 의장국 임무를 마친 말레이시아는 올해 믈라카·조호르·사라왁 등 주요 주(州) 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는 2028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으로,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가 이끄는 '희망연맹(PH)-국민전선(BN)' 연립정부의 결속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과학대 아흐마드 파우지 교수는 "나집 라작 전 총리의 가택연금 불허 판결을 둘러싸고 연정 내 핵심 파트너인 통합말레이국민조직(UMNO)과 민주행동당(DAP) 간 감정의 골이 깊다"며 이번 주 선거가 연정 유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야권 연합인 국민연합(PN) 역시 무히딘 야신 의장의 사임과 이슬람당(PAS)-토착연합당(Bersatu)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어 정계 개편 가능성이 제기된다.

◇ 인니, 수마트라 대홍수 부실 대응에 '프라보워 리더십' 타격
취임 2년 차를 맞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1월 말 수마트라섬을 덮친 홍수로 11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늑장 대응과 책임 회피성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국가재난사태 선포를 거부하고 "우리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며 초기 해외 원조를 거절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군부 출신으로 '결단력과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위기 대응 약점이 노출된 탓에 지지율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도네시아에선 중산층 감소와 가계 소비 위축이 심화되는 가운데 2025년 1~11월 7만 9000 명이 일자리를 잃는 등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무상 급식 프로그램 확대와 지방선거제 폐지 논란 등 무리한 정책 추진도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 동남아 경제 짓누르는 공통 분모는? "트럼프 관세와 소비 위축"
동남아 경제를 짓누르는 가장 큰 대외 변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다. 미국은 말레이시아산 반도체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했으며, 인도네시아와도 19% 관세 부과를 전제로 한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말레이시아 TA증권은 미국의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2026년 말레이시아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0.6%포인트 깎아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국 역시 높은 가계 부채와 2% 미만의 저성장 고착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세계은행은 베트남(6.1%)과 필리핀(5.4%)이 그나마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으나, 캄보디아(4.3%)·라오스(4.1%)·미얀마(3.0%) 등은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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