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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최고법원, ‘미얀마 로힝야 집단학살’ 심리 개시…정의의 심판대 선 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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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1. 12. 17:08

World Court Rohingya <YONHAP NO-4710> (AP)
지난 2017년 9월 로힝야족 밀집 지역인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 가우두 자라 마을에서 군부의 소탕 작전 중 가옥들이 불타며 연기가 치솟는 모습. 당시 이 작전으로 7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난민이 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A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자행한 로힝야족 탄압이 집단학살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재판이 12일(현지시간) 유엔의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시작된다고 AP가 보도했다. 사건이 제기된 지 약 7년 만에 열리는 이번 심리는 미얀마 군부의 잔혹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법적 판단을 구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재판은 지난 2019년 서아프리카 국가인 감비아가 이슬람 협력기구(OIC)를 대신해 미얀마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감비아 측은 미얀마 군부가 2017년 라카인주에서 벌인 소위 소탕 작전이 1948년 제정된 집단학살 협약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미얀마군은 로힝야족 반군 단체의 공격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집단 성폭행·학살·방화가 자행됐고 7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이웃 방글라데시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해야 했다.

지난 2022년 예비 심리에서 감비아 측 폴 S. 라이클러 변호사는 "ICJ가 없다면 미얀마 군부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며, 로힝야족에 대한 박해와 파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재판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2019년 첫 심리 당시 미얀마를 대표해 법정에 섰던 인물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었다. 당시 그는 "군부의 작전은 반군에 대한 대응일 뿐 집단학살이 아니다"라며 조국을 변호했었다.

그러나 2021년 쿠데타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수치 고문은 현재 군부가 씌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이제 집단학살 혐의에 대한 방어는 전적으로 군부의 몫이 됐는데, 미얀마 군정은 여전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미얀마 측은 당초 "감비아는 분쟁 당사국이 아니므로 제소 자격이 없다"며 관할권 문제를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2022년 이를 기각하고 정식 재판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로힝야족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약 120만 명의 로힝야족이 과밀하고 무질서한 난민 캠프에 방치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무장 단체들이 소년들을 강제 징집하고, 12살 어린 소녀들을 성매매로 내몰고 있다.

AP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단행한 급격한 해외 원조 삭감 조치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수천 개의 캠프 내 학교가 문을 닫았고, 아이들이 굶어 죽는 참사가 벌어지고 있다.

로힝야족 인권 단체인 '평화와 정의를 위한 난민 여성'의 럭키 카림 대표는 "ICJ 재판은 정의를 갈구하는 우리들의 목소리가 외면받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의 등불"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재판의 결과는 다른 국제 분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줄리엣 매킨타이어 남호주대 국제법 교수는 "이번 판결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학살 혐의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재판부가 집단학살의 법적 정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헤이그에 위치한 또 다른 국제기구인 국제형사재판소(ICC) 역시 움직이고 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지난 2024년, 로힝야족 탄압을 주도한 혐의로 미얀마 군정 최고 지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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