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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세금 1.4조 눈감아 준 국세청… 감사원은 ‘솜방망이’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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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준 기자

승인 : 2026. 01. 12. 17:47

감사원 '국세 체납징수 관리실태'
체납액 '100조 미만' 축소 계획 수립
2021년부터 3년간 위법적으로 탕감
방안 마련 등 '권고성 통보'만 전달
형사고발 등 실질적 조치 한건 없어
국세청이 3년간 1조4268억원의 체납액을 불법적으로 탕감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못 걷은 세금이 많다'는 비판을 우려해 납세 의무 시효를 축소해 액수를 줄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심지어 감사원은 위법 정황을 파악하고도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쳐 국세청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국세 체납징수 관리실태'에 따르면, 국세청은 국회의 공개 요구에 따라 2021년부터 누적 체납액을 '국세통계포털'에 공개해 왔다. 그러나 2020년 10월 임시 집계한 누적 체납액이 122조원으로 확인되자 부실 관리에 대한 비난이 우려된다며 '100조원 미만'으로 축소할 계획을 세웠다.

국세청은 이 과정에서 '누계체납액 축소 로드맵에 따른 소멸시효 정비계획'을 수립해 각 지방청에 누적 체납액 감축 목표(20%)를 할당한 뒤 고액체납자 등이 포함된 압류해제 점검명세를 12차례 시달했다. 또 소멸시효의 기준 시점은 법령에 적힌 '압류해제일'이 아닌 '추심일' 혹은 '압류일' 등 이전 시점으로 소급하도록 전달했다. 압류해제일 등을 법정 기준과 다르게 임의로 앞당기는 수법을 이용해 소멸시효를 단축시키고, 체납액을 축소한 것이다. 누적 체납액 축소를 실적에 반영해 직원 성과 평가에 반영하는 등 목표 달성 체계까지 구축하기도 했다.

중점 관리 대상인 고액·재산은닉혐의자의 납세 의무 기간을 임의적으로 축소한 정황도 발견됐다. 국세청은 각 지방청에 고액·상습 체납자 점검을 별도로 지시해 고액체납자 1066명의 체납액 7222억원에 대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임의로 처리했다. 이 가운데 명단 공개, 출국 금지, 추적 조사 등 국제징수법이 규정한 중점 관리대상 289명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의 체납액은 2685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의 지시를 받은 지방청과 세무관서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조4268억원의 체납액을 위법적으로 소멸시켰다. 점검명세 등을 기초로 압류해제를 진행하면서 소멸시효 기준 날짜를 임의 시점으로 전산에 소급 입력하거나 소멸시효가 진행 중인 건의 기준일을 수정해 즉시 만료되도록 처리하는 방식이었다. 의무적으로 징수해야 할 세금을 국세청이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감사원이 조 단위 세수 손실을 확인하고도 국세청에 '솜방망이' 조치만 내렸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국세징수권을 부당하게 소멸시키는 일이 없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수준의 권고성 통보만 전달했을 뿐 책임자 징계 요구나 형사 고발 등 실질적 조치는 단 한 건도 내리지 않았다. 또 관련자에게 '주의'를 요구하고 인사 자료로 활용하도록 통보하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렀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사 자료 활용이 중징계에 해당하는 조치다. 징계 대상 모두 징계 시효가 지났거나 퇴직한 인사들이다 보니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며 "형사 조치의 경우 불법 지시 등의 정황이 명확히 확인돼야 하나 구체적 불법 지시에 대한 특별한 발견 사항이 없어 조치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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