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전남·광주 행정통합, 통합의 이름으로 전남을 지우는가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129010013513

글자크기

닫기

정채웅 기자

승인 : 2026. 01. 29. 13:39

정채웅 증명사진 복사
정채웅 기자.
광주·전남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제4차 간담회 결과를 접하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게 과연 통합인가, 아니면 흡수인가"

공식 명칭은 '전남광주특별시'라 하면서 약칭은 '광주특별시'로 못 박았다. 명칭 하나에 과민 반응한다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행정에서 이름은 상징이자 권력의 출발점이다. 약칭에서 전남을 지운 순간, 이 통합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전남은 앞에 붙여진 수식어일 뿐, 실질은 '광주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제도적으로 각인시킨 것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주사무소 문제다. 통합의 핵심 중 핵심인 주청사를 정하지 않은 채 "동부·무안·광주 3청사를 균형 운영한다"는 문구로 얼버무렸다. 균형이라는 말은 듣기 좋다. 하지만 인사권과 예산, 핵심 부서와 의사결정 구조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갈등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갈등의 폭탄을 미래로 넘겨버린 셈이다.

그런 합의에 전남을 대표해 서명한 인물이 김원이 의원, 그것도 민주당 전남도당위원장이라는 사실은 더욱 씁쓸하다. 도당위원장은 당의 일정이나 중앙 정치의 흐름보다 전남의 대표성과 주민의 권리를 먼저 지켜야 할 자리다. 그러나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전남의 역사성, 서남권의 접근성, 주민 동의와 공론화는 뒷전으로 밀렸다. 전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자리가 이렇게 가벼워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잠정 합의 직후 "주청사는 광주에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루 만에 합의의 전제를 흔드는 발언이었다. 이 장면은 이번 협상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전남 정치권은 강 시장의 '강온 전략' 앞에서 제대로 된 견제조차 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절차적 정당성은 더 심각하다.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중 절반만 참여한 협상에서 명칭과 청사라는 핵심 사안을 결정했다. 지역의 백 년 대계가 걸린 사안을 50% 참여로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민주적인가. 헌법 개정 같은 중대 사안에 3분의 2 이상을 요구하는 이유를, 이들은 정말 몰랐던 걸까.

무엇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속도다. 공동 발표 이후 불과 한 달 남짓, 형식적인 공청회를 거쳐 특별법 발의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일정은 '통합 논의'라기보다 '통합 확정 통보'에 가깝다. 이런 방식은 행정통합에 대한 불신과 반발만 키울 뿐이다.

행정통합은 숫자와 일정으로 밀어붙일 사안이 아니다. 전남이 지워지고, 전남의 중심이 주변으로 밀리는 통합이라면 그것은 통합이 아니라 흡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원칙이고, 정치적 성과가 아니라 주민 동의다.

전남을 이름에서, 구조에서, 절차에서 하나씩 지워가는 통합이라면, 그 통합은 처음부터 다시 묻는 것이 맞다.

과연 이 행정통합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채웅 기자
정채웅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