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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넘은 ‘자율 상생’…중동 위기 뚫는 200억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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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오세은 기자

승인 : 2026. 04. 14. 17:35

납품대금 연동제 사각지대까지 선제적 보호…‘공급망 생태계’ 안정화 주력
중기부, '중동전쟁 관련 납품대금 연동제 우수기업 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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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LG생활건강 본사에서 열린 '중동전쟁 관련 납품대금 연동제 우수기업 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오세은 기자
지정학적 리스크발(發) 원자재 쇼크가 실핏줄 경제를 위협하는 가운데, 법적 강제성을 넘어선 '민간 자율 상생'이 위기 돌파의 새로운 표준(Standard)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주도의 납품대금 연동제가 안착 단계를 넘어 기업 간 신뢰에 기반한 '자발적 동행'이 경제 회복의 실질적인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찾은 LG생활건강 본사는 이 같은 '신뢰 경영'의 구체적 성적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상생을 통한 중동전쟁 위기 대응'을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한 장관은 "중동전쟁으로 인한 긴장 상황이 지속되면서 석유화학 관련 원료 수급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며 현장의 고충을 진단했다. 이어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상생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 중인 LG생활건강과 협력사들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LG생활건강이 꺼내 든 '신속한 납품대금 인상' 카드는 속도와 규모 면에서 업계의 이례적인 행보로 꼽힌다. 실제 이 회사는 중동발 공급망 쇼크에 대응해 이미 15개 협력사와 맺은 59건의 계약 대금을 약 26억원 가량 인상했다. 연내에는 누적 기준 50개 협력사, 1만6000여 건의 계약에 대해 최대 200억원 규모의 추가 인상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특히 납품대금 연동제의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계약 건들까지 선제적으로 인상 대상에 포함시킨 점은 핵심 파트너사의 도산을 막아 자사 공급망 전체의 붕괴를 차단하려는 고도의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간담회장에서 만난 협력사들은 자구책 마련과 대기업의 지원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중소기업들은 스마트 공장 구축, 제조 품목·판매처 확대 등 체질 개선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한 협력사 대표는 "원자재값이 통제 불능으로 치솟는 상황에서 위탁기업의 자발적 결단이 없었다면 조업 중단은 시간문제였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부는 민간의 자율적 상생 의지가 산업 전반으로 '수평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미 국회와 함께 플라스틱 업계 상생협약 체결을 이끄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중기부는 동반성장지수 가점 등 실효성 있는 '당근'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성숙 장관은 "제도는 최소한의 안전판일 뿐, 진정한 상생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에서 완성된다"며 "오늘 이 자리가 위기 극복을 위한 상생 방안을 공유하고 확산하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이 가장 현실적인 해법임을 입증했다고 진단한다. 민간 주도의 상생 문화가 산업 생태계 전반의 체질로 자리 잡을 경우, 대외 변동성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구축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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