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가문’ 프아타이당 참패·개혁 성향 인민당도 정권 탈환 실패
개헌 국민투표도 가결… 군부 제정 2017년 헌법 손질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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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 시각) 카오솟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가 95% 진행된 가운데 품짜이타이당은 하원 500석 중 약 192석을 확보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구조적 변화와 사회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던 제1야당 인민당(전진당 후신)의 예상 의석수 117석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때 태국 정치를 호령했던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의 프아타이당은 74석에 그치며 3위로 추락했다. 이로써 아누틴 총리는 2005년 탁신 전 총리 이후 약 20년 만에 선거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 태국 총리가 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은 '안보'와 '민족주의'였다. 아누틴 총리는 선거 유세 기간 내내 캄보디아와의 국경 분쟁 이슈를 전면에 부각했다. 그는 지난달 방콕 유세에서 "내 목숨을 바쳐 태국을 수호하겠다"며 유권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작년 12월 캄보디아와의 국경 교전이 격화되자, 아누틴 총리는 취임 100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감행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채널뉴스아시아(CNA)는 "국경 안보에 대한 불안감이 경제 문제보다 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아누틴의 강경 대응이 표심을 결집했다"고 분석했다.
품짜이타이당의 지역 기반 강화 전략인 일명 '파란 장벽' 구축도 주효했다. 아누틴 총리는 프아타이당의 텃밭이었던 북동부(이산) 지역과 북부 지역의 유력 정치인들을 대거 영입하며 보수 진영을 결집했다. 방콕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타일랜드 퓨처'의 나폰 자투스리피탁 연구원은 "보수 기득권층과 기술 관료, 전통적 정치인들이 아누틴을 중심으로 '편의적 결합'을 이뤘다"며 "유권자들이 개혁보다는 안정을 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은 분열과 전략 부재로 고배를 마셨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렸던 국민당은 막판 보수표 결집을 막지 못했다. 나타퐁 르엉빤야웃 인민당 대표는 "패배를 인정한다"면서도 "품짜이타이당 중심의 연정에 참여하지 않고 야당으로 남겠다"고 선언했다.
탁신 전 총리의 딸인 패통탄 친나왓 전 총리가 윤리 위반으로 해임된 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프아타이당은 2023년 총선(141석) 대비 의석수가 반토막 나며 존립 위기에 처했다.
아누틴 총리는 승리 선언 직후 "이번 승리는 모든 태국 국민의 승리"라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건설 재벌인 시노-태국 엔지니어링의 후계자 출신인 그는 2019년 대마 합법화를 주도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고, 보건부 장관과 부총리를 거쳐 총리직에 올랐다. 그는 이번 승리로 친(親)군부·왕실 세력의 확고한 지지를 확인받았으며, 향후 우호 정당인 '클라탐당(약 56석 예상)'과 연대해 안정적인 과반 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총선과 함께 실시된 개헌 찬반 국민투표도 가결됐다. 유권자들은 2017년 군부 주도로 제정된 현행 헌법을 대체할 새로운 헌법 기초안 마련에 약 2대 1의 비율로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따라 차기 의회는 개원 즉시 헌법 개정 절차에 착수할 수 있게 됐으나, 실제 개헌까지는 두 차례의 추가 국민투표가 필요해 난항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아누틴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경제난과 외교적 긴장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아누틴 총리는 가계 부채 급증과 무역 긴장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려야 하는 동시에, 미얀마 내전과 캄보디아와의 갈등 등 불안한 역내 정세를 관리해야 하는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