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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약가 인하의 희생양, 중소 제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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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아 기자

승인 : 2026. 02. 18. 18:00

아시아투데이최정아
"A 중견 제약사의 경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은 꺾일 걸요."

정부가 예고한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충격은 얼마나 될까요. 최근 만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입 모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동안 신약 개발과 수출 비중 확대에 집중한 대형 제약사들은 타격이 적은 반면, 제네릭(복제약)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들은 적자 경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정부는 중소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약업계 구조조정을 바라는 눈치지만, 그 바람이 그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본회의를 열고 제네릭 약가 인하 안건을 최종 의결할 계획입니다. 건정심에서 해당 안건이 최종 통과되면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게 됩니다.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약가 산정률 상한이 현행 오리지널의 53.55%에서 40%대로 낮아지는 것으로, 사실상 제네릭 시장에 대한 전면적인 가격 재편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정부는 국내 제약산업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국내 정통 제약사만 100여 개를 웃도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제약 산업 축이 바이오신약과 수출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는 만큼, 제네릭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가진 제약사들의 체질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중소 제약사들은 캐시카우였던 제네릭 수익이 급격히 줄면 사실상 신약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익성 악화로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바이오텍 인수를 통한 체질 전환도 쉽지 않죠. 정부가 바라는 '제약사 체질 전환'이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또 제약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적극적인 M&A(인수합병)가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제약사 대부분이 동일한 제네릭을 판매하고 있어 M&A를 유인할 요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2012년 약가 인하 이후에도 국내 제약사 간 M&A가 사실상 전무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약가 개편의 희생양은 제약사 직원들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용 절감의 가장 손쉬운 수단이 인건비인 만큼, '산업 구조조정'이 아닌 '중소 제약사 인력 감축'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죠. 체질 개선을 유도하려던 약가 개편이 되레 산업의 체력을 갉아먹는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설계한 '제약산업 구조 고도화'의 청구서는 결국 현장으로 날아듭니다. 2012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다르지 않아보입니다. 정부가 기대하는 '제약산업 구조 고도화'가 R&D 확대와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혹은 인력 감축과 투자 위축이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최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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