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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흔들리고, 中 밀어붙인다… 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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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2. 18. 12:34

아시아 전략 공백 속 韓의 실존적 딜레마
‘한미동맹 강화냐, 전략 설계냐’ 시험대
대만해협·남중국해 격랑… 동맹 의존 넘어 ‘국가 패키지 전략’ 시급
0218 대만해협_미중충돌
남중국해 긴장 고조… 미·중 군사적 신경전, 2020년 8월 28일,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 머스틴함(USS Mustin)이 전날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 베트남명 호앙사군도) 인근 해역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파라셀 군도는 중국이 끊임없이 계속해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분쟁 지역으로,미국은 이 해역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FONOP)'을 지난 바이든 행정부까지 실시해 왔다. /연합
인도·태평양의 힘의 구조가 변곡점에 들어섰다. 겉으로는 미 항모전단이 서태평양을 순항하고, 동맹 체제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수면 아래에서는 균열의 조짐이 읽힌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경제·외교·산업을 통합하는 장기 전략의 일관성은 시험대에 올랐다. 그 사이 중국은 전면 충돌이 아닌 구조적 공세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도·태평양 전략 전문가이자 대중(對中) 전략가인 잭 쿠퍼는 최근 분석에서 이를 "군사력은 남았지만, 전략 통합은 약화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포린어페어紙(Foreign Affairs)의 2026년 3·4월호에 실린 "Asia After America(미국 이후의 아시아)"에서 미국이 군사력은 유지했으나 경제 전략 부재와 정책 일관성 부족으로 아시아에서 구조적 우위를 잠식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린어페어紙는 미국 외교·안보 엘리트의 '의제 설정紙'로 잘 알려져 있다. 1922년 창간 이후, 미 국무부·국방부·백악관 NSC, 의회, 워싱턴D.C.의 수많은 싱크탱크, 학계 인사들이 기고·인용하는 대표 정책 저널, 정책 아이디어가 처음 공개·논쟁되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미국의 철수'가 아니라, 전략의 공백과 지속성의 불확실성이라고 쿠퍼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탈퇴 이후 인태지역 역내 경제 질서 설계에서 한 발 물러섰고, 행정부 교체 때마다 대중 전략의 강조점이 달라졌다. 동맹국들 입장에선 "위기 시 개입은 확실하지만, 장기 설계는 누가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0218 중국 군함
대만 해안선이 보이는 해역까지 진출한 중국 군함에서 인민해방군 병사가 쌍안경으로 대만 쪽을 관측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이 지난 2022년 8월 5일 공개한 이 사진에 대만의 해안선, 산맥 윤곽, 대만 호위함 등이 선명하게 담겼다. /中신화
반면 중국은 느리지만 집요하다.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화, 대만해협의 상시 출격 체계,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와 이른바 '신(新)실크로드 전략'이라는 BRI(일대일로, Belt & Road Initiative)를 통한 경제 네트워크 확장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기간의 전쟁이 아니라 평시의 기정사실화 전략이다. 전면 충돌 없이도 질서를 재편하는 방식이다.
쿠퍼는 이를 "미국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구조를 먼저 장악하는 접근"이라고 평가한다.

이 격랑의 중심에 대한민국이 서 있다. 안보는 한미동맹에 기반하고, 경제는 중국과 깊이 얽혀 있다. 반도체·배터리·AI 등 전략 기술은 미·중 경쟁의 핵심 축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특히 지정학적으로 대만해협과 한반도가 연동되는 구조에 놓여 있으며, 대만 유사시는 단순한 역외 분쟁을 넘어서 해상교통로(SLOC) 차단이라는 곧 한국 경제의 동맥을 치명적으로 조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18일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허재철 연구위원의 보고서(2023-02-22)에 따르면, 대만해협을 통과하거나 인접 해역을 지나는 항로가 한국 전체 해상운송의 33.27%를 차지한다. 즉, 한국 수출입 화물의 3분의 1이 사실상 이 바닷길에 걸려 있다는 의미다.
KIEP는 대만해협 항로에 문제가 생길 경우(주요 자원·제품만 고려해도) 하루 약 4,452억 원 경제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계산했다.

한편 정성장 부소장은 대만 사태에 대해 항로 보호를 위한 한국의 직접 개입은 중국과의 경제·군사적 충돌 위험을 키우며, 동시에 북핵 변수는 미·중 경쟁의 틈을 활용해 한국에 대한 전략적 도발 수위가 극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은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인가, 아니면 '국익을 위한 전략적 설계를 주도할 수 있는 국가'인가.

인도·태평양 지역 전략전문가인 쿠퍼의 분석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동맹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손을 잡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국의 미래를 지킬 수 없다.
군사력으로 전쟁을 막을 수는 있어도, 경제 질서와 산업 구조까지 지켜주지는 못한다. 결국 승부는 총이 아니라 공급망·기술·산업 경쟁력에서 갈린다.

이 세 가지를 하나로 묶는 국가 전략이 없다면, 한국은 미·중 경쟁 속에서 점점 불리한 위치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안보는 동맹으로 지키되, 국력은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0218 중국 오성기 전투기
중국이 대만의 미국산 무기 구입에 대한 금융 지원안 등을 담은 미국 국방수권법안 통과에 대한 항의표시로 지난 2022년 12월25일 대만해협에서 실전훈련을 벌였다. /로이터=연합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소장으로부터 '우리 국익을 위한 전략적 설계를 주도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첫째, 한미동맹의 질적 심화다. 방위 공약을 넘어 해양·미사일 방어·우주·사이버 영역까지 통합한 공동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 억지력을 다층화해 회색지대 위협에 상시 대응해야 한다.
둘째, 경제·안보 패키지 전략 구축이다. 공급망 동맹을 강화하고 전략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K-방산은 단순 수출 산업이 아니라 전략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산업과 안보를 분리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해양 중심 사고 전환이다. 말라카 해협~남중국해~대만해협은 한국의 생명선이다. 원해 작전 능력, 잠수함 전력, 해상초계, 무인체계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인도·태평양 다국적 훈련 참여 역시 전략적 존재감을 높이는 수단이다.
넷째, 전략적 자율성의 축적이다. 독자 ISR(정보·감시·정찰) 능력, 우주 감시체계, 미사일 방어 다층화 등 선택지를 넓히는 투자가 필요하다. 동맹 기반 위에서 자율성을 키워야만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다.

인도·태평양 질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전략 공백은 곧 구조적 열세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이 통합 전략을 복원하지 못하면, 중국은 시간을 무기로 삼아 질서를 재편할 것이다. 한국은 그 과정의 수동적 피해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능동적 설계자가 될 것인가.

지금은 '미국이 남을 것인가'를 묻는 데 머물 시간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한국은 스스로의 전략을 설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동맹을 강화하되 의존에 머물지 말 것. 산업·안보·기술을 묶는 국가 패키지 전략을 구축할 것. 인도·태평양 10년의 향배는 바로 이 설계 능력에 달려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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