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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법원, 트럼프 ‘비상 관세’에 위법 판결...트럼프, 무역법 122조 ‘10% 우회 관세’ 즉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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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2. 21. 05:10

미 연방대법원 "관세, 의회의 배타적 권한"
트럼프, 150일 한시 조항 및 301조 조사 병행으로 '관세 장벽' 재건
'즉시성' 잃은 관세 정책, 복잡한 법적 절차와 '시간 싸움', 향후 통상 전략 관건
BRIEFING SCOTUS TARIFF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상호관세'(전 세계 기본 10% 관세 및 국가별 추가 관세, 그리고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펜타닐' 명분 관세)가 대통령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결한 데 관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UPI·연합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권한(IEEPA) 기반 전면 관세'에 위법 판단을 내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통상 전략이 중대 분기점을 맞았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상호관세'(전 세계 기본 10% 관세 및 국가별 추가 관세, 그리고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펜타닐' 명분 관세)가 대통령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6대3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대법원 판결에 매우 실망했고, 찬성 의견을 낸 일부 대법관이 부끄럽다(ashamed)며 1974년 제정된 무역법(Trade Act of 1974)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에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이 부적절하게 거부한 것들(관세)을 대체할 다른 대안들을 이제 사용하겠다"며 "우리에게는 대안이 있다"고 강조했다.

USA-TRUM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된 '상호관세'(전 세계 기본 10% 관세 및 국가별 추가 관세, 그리고 멕시코·캐나다·중국에 대한 '펜타닐' 명분 관세)가 대통령 권한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결한 데 관해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로이터·연합
◇ 미 연방대법원 "관세, 의회의 배타적 권한"…트럼프 행정부 '비상권한' 남용에 제동

이번 판결의 핵심은 IEEPA 문언에 관세 부과 권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 의견에서 "의회가 관세라는 구별되고도 비상한 권한을 부여하려 했다면 이를 명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입을 규제(regulate … importation)"할 수 있다는 표현을 관세(조세 성격의 부과금)까지 포함하는 포괄 권한으로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판결 구도는 6대 3이었다.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엘리나 케이건·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과 보수 성향인 로버츠 대법원장·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위법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은 클래런스 토머스·브렛 캐버노·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제시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수 우위 대법원이 다른 사안에서는 행정부 권한에 폭넓은 재량을 인정해 왔지만, 이번엔 가장 광범위한 관세에 '명확한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관세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올린 백악관 집무실 사진에 '관세 왕'이 적혀 있다./트럼프 대통령 트루스소셜
◇ 2000억달러 관세의 행방은?… 기업 '보호 소송' 폭풍 및 재무부 대혼란 예고

대법원은 위법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미 징수된 관세의 환급 여부는 직접 판단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환급 문제는 하급심에서 장기간 다퉈질 가능성이 크다. WSJ는 "환급 문제는 하급심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의견을 쓰는 데 몇 달이 걸렸는데 환급 부분은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결국 향후 수년간 법정 다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업들은 환급 청구권을 보전하기 위해 이미 수백 건의 '보호 소송(protective lawsuits)'을 제기했으며, 펜-와튼 예산모델(PWBW)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환급 요구액이 최대 17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정부가 "지난해 초 이후 2000억달러 이상을 관세로 징수했다"며 환급이 현실화될 경우 재정·행정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캐버노 대법관은 반대 의견에서 환급이 재무부에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혼란(a mess)'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상호관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4월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57개 경제주체(56개국·지역+유럽연합<EU>)별 상호 관세율이 적힌 차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AP·연합
◇ 불복한 트럼프의 '게임 2'… 무역법 122조 앞세운 우회 관세로 정면 돌파

트럼프 대통령이 새 근거로 제시한 무역법 122조는 국제수지(balance-of-payments) 문제 등 특정 요건에서 대통령이 일정 기간(최대 150일) 한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알려져 있다. NYT·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면 10% 관세를 122조로 재부과하되, 동시에 301조(불공정 무역관행 조사) 절차를 개시해 더 '지속 가능한' 추가 관세로 이어가겠다"는 구상을 내놨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들이) 너무 행복해하며 거리에서 춤추고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춤추지는 못할 것"이라며 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계속 쓰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USA NEW YORK STOCK MARKET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내 모디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이 방영되고 있다./EPA·연합
◇ '즉시성' 잃은 관세 장벽… 복잡한 법적 절차와 '시간 싸움'이 최대 관건

IEEPA가 사실상 무력화되면서 백악관의 선택지는 무역확장법 232조(국가안보), 무역법 301조(불공정 관행), 무역법 122조(한시 관세), 관세법 338조 등으로 좁혀진다. 다만 이들 법률은 조사·공청회·보고서 등 절차적 제약이 수반되거나, 적용 범위가 IEEPA처럼 '전 세계·즉시·광범위'로 뻗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WSJ는 "다른 법률에 근거한 소규모 관세는 유지되지만, 이번에 무효가 된 전면 관세 규모를 그대로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텍사스 댈러스 연설에서 "대법원은 트럼프의 관세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IEEPA로는 단 1달러의 세수도 올릴 수 없다고 본 것"이라며 "대체 권한을 동원하면 2026년 관세 수입은 '거의 변함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 흔들리는 '관세-투자' 맞교환 공식… 동맹국 통상 전략 재수정 불가피

이번 판결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협상 지렛대로 사용하며 투자·무역 합의를 끌어내 온 국가들에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상호관세가 법적 기반을 잃는다면, 기존 합의의 전제(관세 인하의 지속 가능성)와 향후 재협상 구도에도 균열이 생길 여지가 있다. 한국 정부가 "다른 국가들의 대응을 보며 최적의 판단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온 것도, 단일 국가의 선제 대응이 오히려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 시장 "다음 수순이 변수"…법적 내구성 시험대

판결 직후 시장은 제한적 반응을 보였다. WSJ는 "주가지수가 완만히 상승했고, 무역·관세 민감주는 강세"라고 전했으며, 달러 약세와 국채 수익률 소폭 상승도 동반됐다.

다만 NYT는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보다는, '관세가 합법이었는가'의 불확실성이 '다음엔 어떤 법으로 관세를 유지할 것인가'라는 불확실성으로 옮겨갔다"고 평가했다.

결국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122조 10% 관세(150일 한시)'가 법원에서 어느 정도의 재량으로 인정될지, 그리고 301조 조사로 연결되는 '상시 관세'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구축될지다. 대법원이 IEEPA 관세에 제동을 걸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률 조합으로 관세 체계를 재구성할 경우 미국의 통상 전략과 글로벌 무역 질서는 다시 한 번 '법정 공방-정책 재설계-협상 재조정'의 소용돌이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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