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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러우 전쟁 4년…전쟁의 청구서가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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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2. 22. 13:25

“러시아 청년들 120만 사상·100만 탈출”
전선의 총성 뒤, 러시아 경제의 구조적 붕괴
러시아 산업·공급망의 후퇴…루블의 추락
‘중국 기술 식민지화’와 중국 의존 심화
전쟁 이후의 청구서
0222 러시아 경제 추락 인포그래픽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적인 침공이후 러시아 경제 추락 현황 인포그래픽, /AI생성이미지
2022년 2월 24일, 전쟁이 시작된 지 꼭 4년. 전장의 포연은 여전하지만, 더 깊은 상처는 러시아 내부에서 번지고 있다. 2월 현재 러시아군은 120만 명 이상의 사상자, 최소 32만 명의 전사자를 기록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美CNN은 지난달인 1월 28일자(현지시간)에 120여만명의 사상자중 특히 20~30대 남성층의 대량 손실은 '국가의 생산·혁신'의 허리를 잘라낸 충격이라고 워싱턴D.C.의 국방안보전문 싱크탱크인 美국제전략문제연구소(이하 CSIS)의 지난 1월말 보고서를 인용하여 보도했다.

인구·인력의 붕괴…"미래를 잃은 전쟁"
유엔·서방 연구기관들은 2022~2025년 4년간 누적 80만~120만 명 규모의 러시아 엘리트들의 해외 이주를 추정하고 있다. 2022년 중순이후부터 시작된 '국가동원령' 직후, 주로 IT·과학·금융 전문가들의 해외로 탈주가 급증하며 러시아의 기술·IT 생태계의 공동화가 가속화됐다.
이들은 주로 터키, 세르비아, 조지아,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등 비EU 국가와 캐나다로 이동했으며, EU(유럽연합)국가 비자 소지자는 발트 3국·폴란드 등으로 집중됐다.

러시아 젊은 세대의 전장 투입과 사망, 그리고 엘리트 해외 탈출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숙련 기술자와 IT 엔지니어의 공백은 정밀 제조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급격히 떨어뜨렸다. 일부 산업 공정은 1980년대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학 예산은 줄고, 교실에는 군사훈련과 선전 교육이 늘었다. 전쟁은 총알뿐 아니라 '미래 세대'를 소모한다.

산업·공급망의 후퇴…루블의 추락
징집과 제재가 겹치며 산업 기반은 흔들렸다. 서방 장비의 부품이 끊기자 가전제품에서 칩을 떼어 미사일에 전용하는 기형적 대응이 보도됐다. 물류 차질과 수입 대체의 난맥상은 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전사자 보상과 군수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통화 공급을 늘리면서 루블 가치는 압박을 받았고, 인플레이션은 구조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내의 올리가르히 자산 동결과 기업 국유화 확대를 통해 단기 통제력은 높였지만, 투자·혁신 인센티브를 훼손했다. 올리가르히(Oligarch)는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에너지·금융·금속·방산 산업을 장악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한 러시아 신흥 재벌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기업인이 아니라, 푸틴 권력 구조를 지탱해온 '경제적 후원 세력'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지방 도시들은 난방과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저소득층이 전장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이 고착화되고 있다.

'중국 기술 식민지화'와 중국 의존 심화
달러·유로 결제망이 축소된 자리에 위안화가 들어섰다. 무역의 40% 이상이 위안화로 이뤄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22일 인터뷰에서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가 막대한 인적 손실을 입었지만, 민생경제 영향은 의외로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출신의 저명한 북한·러시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역시 "서방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도 등으로 무역 재편이 이뤄져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버티고 있으며, 주민 생활 수준이 크게 무너지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 수출은 유럽 시장을 완전히 잃고 중국으로 급선회했지만, 란코프 교수가 말하는 '생활 안정화'와 달리 러시아의 국제원자재 가격 협상력은 크게 약화됐다.
최근 CSIS 보고서(2026-01-27)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소모전: 쇠퇴하는 강대국의 대규모 손실과 미미한 이득 (Russia's Grinding War in Ukraine: Massive Losses and Tiny Gains for a Declining Power)"에서 '시베리아 가스전 개발권'과 '토지 사용권'을 중국에 내줘야 하는 협력 구조는 러시아 자율성을 심각하게 갉아먹는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는 특히 옛 소련연방이던 중앙아시아 국가들마저 서방과의 균형 외교로 돌아서면서 러시아의 전략 선택지는 급격히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러-우 전쟁' 이후의 청구서
전쟁이 끝나면 막대한 전쟁 배상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 최소 1,000조 원을 상회하는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 청구가 거론된다. 서방에 동결된 외환보유고, 낮아진 신용등급은 러시아의 국제 금융시장 접근을 가로막는다. 노후 시추 장비와 투자 공백은 러시아 에너지 산업의 자멸 위험을 키운다. '돈이 없어 기름을 더 캐지 못하는' 역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美워싱턴의 유력한 정치매체이자 싱크탱크인 폴리티코(Politico)의 유럽판 작년 12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동결된 러시아 자산 2100억 유로(한화 약 337조원) 중 1850억 유로(한화 약 297조원)는 금융예탁 기관인 유로클리어의 관리하에 있으며 나머지 250억 유로(약 40조원)는 EU 전역의 은행 계좌에 분산되어 있다.

유럽연합(EU)은 우크라 전후 복구 지원을 위해 러시아 동결 자산의 '몰수 현금화'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2024년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는 러시아 동결자산으로 우크라이나에 500억 달러(한화 약 70조원)를 지원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구체적인 지원내역을 보면 러시아 유럽내 동결 자산 3천억 달러(한화 425조원)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을 담보로 국제시장에서 담보를 일으켜 주는 방식이다.

글로벌 파장과 한국의 과제
러시아의 급격한 쇠퇴는 핵 위협 관리, 에너지 시장 변동성,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3대 리스크로 확산된다. 유럽 가스·원유 가격의 재변동, 비료·곡물 수급 충격, 북극항로와 극지 자원 경쟁은 동북아 안보·경제 지형에도 직결된다.

대한민국은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와 전략 비축 강화 ▲핵·미사일 위협 대비 억제력 고도화 ▲공급망 리스크 분산과 핵심 부품 자립 ▲위안화 결제 확대에 따른 금융 리스크 관리 ▲북극·중앙아시아 외교의 균형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전쟁 4년. 전선의 승패를 넘어, 러시아 내부의 구조적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그 균열이 어떻게, 어느 속도로 세계 질서를 흔들지다. 우리는 냉정한 데이터와 전략적 준비로 다가올 파고를 넘어야 한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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