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통신사 마케팅 경쟁, ‘백년하청’ 벗어나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224010006492

글자크기

닫기

연찬모 기자

승인 : 2026. 02. 24. 15:16

2026021701000963100052871
/연합
프로필 사진
백년하청(百年河淸). 중국 황하(黃河)의 물이 맑아지길 백 년을 기다린단 뜻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실현될 가능성이 없음을 비유하는데, 십수 년째 이어지는 국내 통신업계 마케팅 경쟁을 연상케 한다.

지난해 가장 떠들썩했던 사회적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해킹 사태를 빼놓을 수 없다. 산업계와 금융권을 잇따라 강타하며 보안 체계의 허술한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 중심에는 통신3사가 자리했다. SK텔레콤을 시작으로 KT와 LG유플러스까지 가입자 개인정보유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ICT 강국' 타이틀이 무색해진 한 해였다. 각 사 수장들이 저마다 고개를 숙였고 수천억원대 정보보호·보안 투자 계획을 내놓는 등 소위 반성의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물밑에선 여전히 가입자를 뺏고 뺏기는 마케팅 경쟁이 치열했다.

최근 통신3사가 발표한 실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합산 마케팅 비용은 8조493억원(SK텔레콤 2조9000억원, KT 2조8350억원, LG유플러스 2조3143억원)이다. 전년보다 무려 3500억원 늘어난 수치다. 2019년 5G 상용화 이후 시장이 포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통신3사 간 경쟁이 한동안 소강 상태를 나타낸 점과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은 해킹 사태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증가세는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물론 사업자별 차이는 있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해킹 사태를 겪은 KT와 LG유플러스는 마케팅 비용이 1년 전보다 각각 13.7%, 4.8% 늘어난 반면, SK텔레콤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다만 SK텔레콤 역시 지난달 KT 위약금 면제 조치를 겨냥해 대규모 스마트폰 지원금을 투입하면서 연초 마케팅 경쟁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자처했다.

이와 반대로 통신 품질과 직결되는 설비투자(CAPEX)는 일제히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씁쓸함을 남겼다. SK텔레콤은 전년 대비 11.1% 줄어든 2조1290억원을,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6.8%, 8.9% 감소한 2조1440억원, 1조7499억원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마케팅 비용과 비교해 많게는 7000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게 인상 깊다. 5G 상용화 8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 네트워크 속도가 느려지거나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 빈번하단 점에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 행보다.

내수 성격이 강한 업종인 만큼 어느 정도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치킨 게임'은 사업자뿐만 아니라 결국 통신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통신 후발주자로 여겨졌던 중국의 경우 2024년부터 5.5G 서비스를 주요 도시에서 상용화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올해는 질적 경쟁으로의 변화를 바라는 기대가 또 한 번 백년하청에 그치지 않길 바라본다.
연찬모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