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내란" 세 재판부 판단 같았지만
세부 기준은 제각각… 요동치는 형량
'실패한 계엄' '실행 과정' 쟁점은 갈려
국헌문란 목적 인식 여부, 판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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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의 핵심 인물들에게 사법적 단죄가 일단락됐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이라는 판단은 같았지만 재판부별로 계엄의 성격과 가담 정도 기준에 따라 형벌의 무게가 크게 달랐다. 일부 재판부는 실패라는 계엄의 '결과'를 양형에 반영한 반면, 다른 재판부는 계엄 실행이라는 '과정' 자체의 위헌·위법성에 보다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즉, 계엄의 결과와 과정 어디에 초점을 두는지에 따라 형벌의 수위가 요동친 것이다.
이제 내란 재판 '2라운드'의 공은 내란전담재판부에게로 넘어간다. 23일부터 가동되는 내란전담재판부는 사실상 내란 사건의 법리를 통일·정리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란은 헌정질서를 침해한 '국가적 범죄'라는 점에서 일반범처럼 실행이 완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임을 좁게 해석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력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 한 의도나 시도 자체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한 계엄' 감경 사유되나
항소심의 가장 큰 쟁점은 '감경 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패한 계엄'을 양형에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판사는 계엄 동안 물리력 행사를 자제했고 내란 시도 대부분이 실패로 돌아갔다며 이를 유리한 양형 요소로 받아들였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건을 심리했던 류경진 판사 역시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실현되지 않은 결과'에 방점을 찍어 형을 낮추는 접근을 택한 셈이다.
반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23년이란 중형을 선고한 이진관 재판부는 유혈 사태가 없었던 이유로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대응을 강조했다. 내란 가담자들이 '무혈 계엄'에 기여한 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진관 판사는 한 전 총리에게 특검 구형량 15년보다 8년이나 더 높은 형을 선고했다.
내란전담재판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의 '물리력 행사 자제' '계획의 치밀성 부족' 등을 놓고 격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헌법 전문 변호사는 "비상계엄이 국가 최고권력에 의해서만 선포될 수 있는 행위라는 점에서, 일반 범죄와 동일한 '미수·실패' 논리로 좁게 해석해선 안 된다"며 "'총을 쏴서라도 본회의장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증언이 인정됐는데, 이를 대통령의 물리력 행사의 자제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실패한 계엄을 약하게 처벌하면, 다음에는 계엄을 성공시키려 더 치밀하게 계획하라는 신호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12·3 비상계엄, 그 자체로 위법한가
이진관 판사는 12·3 비상계엄의 출발점부터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계엄을 선포한 것부터가 위헌·위법하다는 것이다. 특히 계엄의 목적이 '국가 위기 대응'이 아닌, '장기 독재를 노린 친위 쿠데타'라고 봤다. 12·3 비상계엄의 의도부터가 위법했기 때문에 향후에 이어진 국무회의 개최부터 언론 통제 구상, 단전·단수 지시 등 모든 조치들이 위법 행위라는 것이다.
반면 지귀연 판사는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인정했다. 이에 따라 계엄 선포 행위 자체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내란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지귀연 판사는 선고 내내 '군을 국회로 보낸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는데, 헌법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한 행위만을 내란 성립 요건으로 판단한 보수적 접근이라는 분석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의도, 즉 비상계엄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려고 한 바가 무엇인지도 판결에서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내란 가담 기준도 제각각
지귀연 판사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내란 가담을 가르는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지귀연 판사는 폭동에 관여한 사실만 인정돼서는 안 되고 국헌문란의 목적에 대해서 인식·공유한 사실까지 인정되어야만 공범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국회를 침탈하려는 목적을 알았는지 여부가 내란 핵심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갈랐다.
이에 김용군 전 헌병대장과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은 '목적'을 알지 못한 채, 지시만 '수행'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반면 류경진 판사는 내란 공범에 대한 기준을 보다 넓게 해석했다. 류경진 판사는 "평균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도 비상계엄의 위헌·위법 요소를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헌법과 법률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피고인들이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몰랐을 리 없다는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