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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스님 “부처님 가르침과 비판 대상인 의설 구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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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중 기자

승인 : 2026. 02. 24. 10:42

'불교 도장 깨기' 저자...파격적인 해석에 뜨거운 반응
인과와 연기 달라...세상과 나 존재가 아닌 사건
"부처님, 인과에서 연기로 사유 전환할 것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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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각연사에서 고광스님. 고광스님은 탁월한 고문 해석과 경전의 비교·검증을 통해 석가모니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을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스님의 책인 '불교 도장 깨기'는 출판 6개월 만에 4쇄를 찍었다./제공=고광스님
불자(불교 신자)들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스님이 있다. 바로 '불교 도장 깨기'(불광출판사)의 저자 고광스님이다.

고광스님은 1985년 법주사 원파 혜정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을 은사로 출가, 1986년 범어사 자운스님에게 사미계를 받고, 1992년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 1993년도 범어사에서 일타스님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2004년 미얀마에서 수계를 받고 남방불교 수행도 접했다.

고광스님은 불교 경전의 번역과 해석이 잘못된 탓에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부처님이 비판한 삿된 견해(의설·義說)를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알려진 용어와 해석을 새롭게 해석한 파격적인 주장에 불교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2025년 9월 출판한 책은 불과 6개월 만에 4쇄를 찍었다. 쉽게 팔리지 않는 종교 이론 서적치고는 놀라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조계사 인근 소담한 찻집에서 만난 고광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인과(因果)'가 아닌 '연기(緣起)'라고 강조했다. 즉, 나와 세상은 실재하는 존재가 아닌 상호작용으로 드러난 사건인데 이를 존재로 착각해서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착각을 깨고 존재론적 사유가 아닌 연기적 사유로 전환하는 것이 부처님이 말한 깨달음이며, 그것을 체화하는 것이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이다.

-불교 경전이 왜 제대로 번역 및 해석되지 않았다고 봅니까.

"인도 빨리어·산스크리트어로 쓴 경전이 어순이 다른 한문으로 번역됐다. 이 한문조차 고문이라 같은 한자라도 지금과는 다른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경전에 쓰인 단어부터 비교·검증을 해서 원래 부처님이 말하고자 한 본뜻을 파악부터 해야 하는데 그간 선배 스님들이 해석한 것을 검증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 탓이다. 저는 한문 대장경 검색 프로그램인 CBETA와 동국역경원 고려대경장을 이용해 각 단어가 어떤 의미와 어떤 맥락으로 쓰였는지 검색하고 현재 불교사전에서 풀이한 뜻을 비교·검증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부처님이 쓴 단어와 맥락이 명확히 이해됐다. 부처님은 당시 브라만교 전통에서 쓰인 단어들을 재해석해서 많이 사용하셨다."

-경전에서 언급되는 의설(義說)의 해석이 중요하다고 하시는데.

"우리 아는 불교 교설이 대부분은 부처님이 반박의 대상으로 언급한 '사이비 이론'인 의설이다. 존재나 자아 있다는 전제로 시작하는 논리는 대부분 의설이다. 한역 대장경은 의설을 부처님의 가르침(법설·法說)과 구분해서 분명히 표시했다. 대장경 서문에 따르면 산스크리트어본 대장경에는 의설과 법설이 기재됐는데 의설은 대체로 번역하지 않고 버렸다고 밝혔다. 경전에는 의설과 비슷한 말로 '승의(勝義)' 또는 '승의제(勝義諦)'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다시 말하면 가장 그럴듯한 사이비 이론이란 뜻이다. 한역 불경에서 무기(無記)를 '말씀하지 않았다'고 번역하는데 '증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번역해야 맞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의설을 구별하지 못하고, 증명할 수 없다는 뜻의 무기를 '말씀하지 않았다'로 번역하면서 모든 불경의 해석이 꼬였다."

-불교과 힌두교가 결정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이 연기라고 하셨다.

"힌두교는 자아와 인과를 진리로 여기지만, 불교는 그것을 비판하고 무아(無我)와 연기를 가르쳤다. 인과로 세상으로 바라보면 시간과 공간 위에 있는 존재가 상정된다. 또 인과에 따라 시작점을 찾기 때문에 유일신의 개념에 빠지거나 현대 과학과 같은 유물론으로 세상을 해석하려고 한다. 하지만 연기에 따르면 이 세상은 '내와 대상이 상호작용을 통해 감각에 걸리는 사건'이다. 그러기 때문에 증명할 수 없는 과거·현재·미래를 상정한 인과와 달리 연기는 현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므로 소멸하는 것이고, 거기에서 오는 착각과 그 착각이 빚어내는 괴로움도 소멸할 수 있다. 만약 인과가 진리라면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부처님은 인과를 숙명론과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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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로 있는 단양 지장사에서 청중을 대상으로 금강경을 강의하는 고광스님./제공=고광스님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치신 것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나와 세상이 고정된 실체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안과 밖의 신호를 해석해서 진짜 같은 환상을 구현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존재한다는 관념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이어진다. 연기를 통해 세상을 바로 보고 사성제(四聖諦)가 진리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하라는 것이다. 인과나 존재론은 부처님이 비판한 삿된 견해이다."

-팔정도(八正道)를 강조하시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달라.

"팔정도는 윤리 규범이 아닌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불교 수행의 핵심이다. 연기와 사성제에 대한 바른 견해(정견·正見)가 생기면 결국 정정(正定·바른 삼매)으로 귀결되고 정정에 들어서면 번뇌가 사라지기 때문에 해탈하게 된다. 팔정도는 사실 여덟 가지를 말하지만 동시에 일어나는 하나의 길이다. 시간적인 순차는 없다. 특히 정념(正念)을 잘 이해해야 한다. 정념은 존재라고 여기는 인과적 생각과 습관에서 벗어나 연기적 사유를 몸에 익히는 것이다. 연기를 체화해야지만 나와 세상이 존재한다는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내가 있다는 생각에서 파생되는 탐욕(貪)과 분노(瞋), 어리석음(痴)이 사라진다. 욕망은 억지로 누른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존재가 아닌 사건을 존재라고 여기며 집착했다는 철저한 사유가 바탕이 된 '깨달음'만이 욕망을 녹일 수 있다."

-불교 경전을 새롭게 번역하실 계획이 있나.

"유튜브를 통해서 금강경 강의를 하고 있으니, 금강경·대승기신론·반야심경 등을 번역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죽기 전에 초기경전인 니까야의 한문 역(譯)인 아함경을 번역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말씀해 주신다면.

"제 강의는 불자가 아닌 타 종교인들도 많이 듣는다. 그만큼 부처님이 가르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방증이다. 사실 불교는 어렵지 않다. 아는 사람이 설명하면 쉽고, 모르는 사람이 설명하면 어려울 뿐이다. 존재론적 사유에서 벗어나 연기적 사유를 통해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 그 깨달음을 통해 괴로움을 여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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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호 불광미디어 대표(왼쪽)와 강의 전 기념촬영하는 고광스님./제공=고광스님
황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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