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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무자비한 침공 4년차, 폴란드 대통령 “핵 프로젝트 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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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2. 24. 14:20

폴란드, 나토 핵공유·독자 핵논의로 확장 국면
바르샤바 대통령 ‘핵 프로젝트’ 발언… 동유럽 안보 격변이 K-방산 전략 변수로
유럽 최대 K-무기 고객국 폴란드, 나토 핵공유·자체무장 저울질
0224 우크라 피점령지역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측 요구안, 지난해 8월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트럼프-푸틴간 미러정상회담에서 푸틴 제안 내용 /연합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이 시작된 이래 4년을 지나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유럽 동부 안보 질서가 근본적 재편의 문턱에 섰다. 폴란드 대통령이 '핵무장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전후 유럽을 지탱해 온 '核비확산 원칙'과 '동맹 억제 구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대통령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 1983년생)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현지 방송 폴스키 라디오(Polskie Radio)와 폴사트 뉴스(Polsat News)등 주요 보도 매체를 통해 "나는 폴란드가 핵 프로젝트에 가입하는 것의 강력한 지지자"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제 규범을 존중하면서 폴란드의 핵 잠재력을 구축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폴란드 국가원수가 '핵 프로젝트'라는 표현을 사용해 핵 억제력 강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첫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이 발언에서 폴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NATO)의 '핵공유(nuclear sharing)'에 참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인 핵 개발'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 명확히 선을 긋지는 않았다. 다만 "폴란드 핵 잠재력에 기반한 안보 전략"을 강조하며, 관련 논의와 준비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취임 후 즉시 독일과 제2차 세계대전 배상 문제를 다시 제기하며 독일·폴란드 양국 간 긴장을 높였다. 그는 유럽연합(EU) 법보다 폴란드 헌법이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폴란드 민족주의적 우파 성향으로 국내외에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나브로츠키는 미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해 폴란드군을 유럽연합(EU) 내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밝힌바 있으며, 미국 무기체계(US Milspec)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등과는 방산·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외교 행보를 보이며, 특히 현대로템과는 K-2전차의 2차 계약(약 8.8조원 규모)을 취임 즉시 승인하기도 했다.


0224 폴란드 대통령 Karol Nawrocki
폴란드 대통령 당선인 카롤 나브로츠키(Karol Nawrocki, 4세, 왼쪽 두 번째)가 지난해 8월 6일, 바르샤바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부인 마르타 나브로츠카(오른쪽)와 함께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전쟁의 국경 위에 선 국가"

그가 核 프로젝트를 언급한 배경은 분명하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530km, 벨라루스와 420km에 이르는 국경을 맞대고 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핵심 동맹국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무력 충돌의 바로 옆에 서 있는 국가"라며 "러시아의 공격적이고 제국주의적인 태도는 폴란드에 이미 잘 알려진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을 상대로 핵 위협 수위를 높여온 상황과 맞물린다. 모스크바는 나토의 동진과 동유럽 군사력 증강을 '존재적 위협'으로 규정해 왔고, 폴란드는 그 최전선에 위치해 있다.

핵공유·독자 개발…선 긋지 않은 대통령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핵 프로젝트의 구체적 방식에 대해 말을 아꼈다.
그러나 폴사트 뉴스등 폴란드 주요 언론 매체는 그의 발언이 폴란드가 최소한 세 가지 선택지를 동시에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난 15일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첫째는 'NATO 핵공유 체제'에 참여해 미국의 전술핵을 자국 영토에 배치하는 방안이다.
NATO의 핵 공유 프로그램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5개 NATO 회원국 영토에 200기의 '전술용 B61 중력 核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국가의 대부분 공군은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항공기와 필요한 탑재 항공전자장비, 투하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둘째는 영국과 프랑스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방식이다. 정치·외교적 부담은 가장 적지만, 하지만 폴란드인들은 이 선택지에 대한 회의가 깊다. 이유는 역사적 기억 때문이다. 1939년 영·불의 안보 보장은 나치 독일과 소련 스탈린의 침공을 막지 못했다.

셋째는 독자적인 핵 잠재력 구축이다. 이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와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는 선택이지만, 최근 폴란드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동맹의 약속만으로는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인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폴란드 언론들은 민족주의적 우파 성향인 나브로츠키 대통령의 배경으로 볼때 '독자 핵무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유럽의 정치·국방·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하여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독자 핵무장'은 단기간 해결할수 없는 중장기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 'NATO 핵공유 체제' 참여를 통해 미국의 전술핵을 자국 영토에 배치하는 방안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러시아의 레드라인, 유럽의 금기 흔들다

폴란드 대통령의 지난 15일 발언이 갖는 파장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NATO동맹국들중 동유럽권에서' 核무장' 논의가 현직 대통령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제기된 것은, 그 자체로 '核비확산'이라는 유럽 안보의 금기가 흔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폴란드가 실제로 '핵공유'에 나서거나 '독자 핵 역량'을 모색할 경우, 이는 러시아가 설정해 온 '레드라인'을 직접 자극하는 행위가 된다고 유럽의 국방·안보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의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반응에 대해 "러시아는 무엇이든 공격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국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폴란드 국민이 스스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억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폴사트 뉴스등 현지 주요 언론 매체등은 15일 보도했다.


0224 팻맨' 원자폭탄
'팻맨' 원자폭탄, 오하이오주 데이턴에 위치한 미국 공군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 of the U.S. Air Force)에 1945년 8월 나가사키에 투하된 플루토늄 기반의 원자폭탄인 '팻맨(Fat Man)'의 실물 크기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이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군사 항공 박물관 중 하나로, 냉전 시대의 다양한 핵무기와 관련 폭탄들을 소장하고 있다. /美공군 US AIRFORCE
동유럽에서 시작된 '핵무장화' 질문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이 4년을 넘어 장기화 되면서 폴란드의 核 프로젝트 논의는 단순한 가설이나 학술적 토론을 넘어섰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유럽 안보 질서 붕괴'의 결과이자, '동맹 核확산 억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때 폴란드와 같은 중견국이 어떤 선택지를 검토하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유럽 동부에서 시작된 이 核 논쟁은 체코와 라트비아등 발트 3국, 나아가 동북아시아까지 파장을 미칠 가능성을 안고 있다. 폴란드 대통령의 한마디는,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어디까지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국제사회에 다시 던지고 있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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