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댄 슬론 회장(오른쪽)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이 홍콩 민주매체 애플데일리(Apple Daily) 창립자 지미 라이(Jimmy Lai)에 대한 징역 20년형 선고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일본 주재 국제언론 사회가 특정 지역 사법 판결을 공식 성명으로 규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FCCJ 언론자유위원회는 2월 24일 발표한 성명에서 "홍콩 당국이 지미 라이를 20년형에 처한 결정을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국경없는기자회(RSF),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HRW),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 주요 국제 언론감시단체의 입장이 함께 반영됐다.
성명을 함께 낸 RSF는 최근 홍콩의 언론자유지수 순위가 과거 18위에서 140위로 급락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번 판결을 "언론자유 붕괴의 상징"으로 규정했다. CPJ의 조디 긴즈버그(Jodie Ginsberg)는 이를 "홍콩 언론 자유의 마지막 못(final nail in the coffin)"이라고 표현했고, HRW 아시아 담당 국장 일레인 피어슨(Elaine Pearson)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독립 언론을 침묵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clip20260225121945
0
FCCJ에서 도쿄 주재 외신기자들이 열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FCCJ는 "언론인들이 형사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취재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홍콩 당국에 언론 활동 환경 보장을 촉구했다. 이번 성명이 주목받는 이유는 FCCJ의 역사적 위상 때문이다. FCCJ는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연합군 최고사령부(GHQ)가 도쿄에 설치되던 시기 외신기자들의 취재 거점으로 함께 설립됐다. 이후 전후 일본 정치·외교·안보 현안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특히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종군기자들을 한반도에 파견했으며 취재 과정에서 16명의 기자가 순직했다. 이 때문에 FCCJ는 단순 친목단체가 아니라 전쟁·분쟁 취재의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 언론 조직으로 평가된다. 현재도 세계 주요 신문사와 통신사와 방송사 특파원들이 활동하는 아시아 대표 외신 클럽으로 기능하고 있다.
외신기자 사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홍콩 사법 판결의 문제를 넘어 국제 언론 환경의 변화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언론사 폐쇄와 언론인 기소가 이어진 점이 국제 언론계의 위기의식을 키우고 있다.
clip20260225122031
0
한국전쟁(1950~1953) 취재 중 순직한 도쿄외신기자클럽 파견 종군기자 16명을 추모하기 위해 미 제8군이 도쿄 외신기자클럽(FCCJ)에 증정한 추모 명패./사진=최영재 도쿄 특파원
과거 홍콩은 중국 본토 취재가 어려운 외신들에게 사실상 '중국 취재 거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파원 비자 문제, 취재 제한, 매체 폐쇄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 언론이 활동 가능한 공간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FCCJ 성명은 홍콩 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을 넘어 아시아 언론 환경 전반에 대한 경고 메시지 성격을 갖는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국제 언론계에서는 홍콩 사례가 향후 다른 지역의 취재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