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매체 '애플데일리'(Apple Daily) 창립자 지미 라이(Jimmy Lai)/사진=연합뉴스
홍콩 민주매체 '애플데일리'(Apple Daily) 창립자 지미 라이(Jimmy Lai)는 언론인이라기보다 원래 아시아에서 성공한 기업가로 더 널리 알려졌던 인물이다. 1947년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밀항선으로 홍콩에 건너왔다. 봉제공장 노동자로 일을 시작해 의류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후 캐주얼 의류 브랜드 '지오다노'(Giordano)를 창업했다. 이 브랜드는 홍콩·대만·동남아시아로 확장되며 아시아 대표 의류 체인으로 성장했고 그는 억만장자 기업가 대열에 올랐다.
그의 삶이 크게 바뀐 계기는 1989년 중국 톈안먼(천안문) 사태였다.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이후 그는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정치 인사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이후 언론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95년 대중신문 '애플데일리'를 창간했다. 애플데일리는 연예·사회 기사 중심의 대중지 형식을 취하면서도 정치권력 비판과 탐사보도를 적극적으로 실어 홍콩에서 영향력 있는 매체로 성장했다. 특히 중국 본토와 홍콩 정부를 동시에 비판하는 논조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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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라이는 2020년 체포됐고, 2021년 6월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애플데일리를 폐쇄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지미 라이는 2020년 체포됐고, 2021년 6월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애플데일리를 폐쇄했다. 최소 12명의 언론인이 함께 기소됐으며 같은 해 독립매체 '스탠드 뉴스'(Stand News)도 기자 체포 이후 운영을 중단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라이는 '외국 세력과의 공모 음모'와 '선동적 출판물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애플데일리 편집진과 간부 6명도 각각 형을 선고받았으며 일부는 재판 과정에서 증언을 제공한 뒤 형이 확정됐다. 홍콩 당국은 이번 판결이 "법치가 유지되고 정의가 실현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 언론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 사건으로 보고 있다. 외신 사회에서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미 라이 개인의 처벌을 넘어 홍콩의 제도 변화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거 홍콩은 '일국양제' 아래 중국과 다른 법·언론 환경을 유지해 왔지만, 국가보안법 이후 정치 사건과 언론 사건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지미 라이 사건을 홍콩 언론 자유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홍콩이 국제 금융·정보 허브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지, 외국 기업과 외신이 활동 가능한 도시로 남을 수 있는지 가늠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